폐후의 아이는 누구의 것인가(전2권세트)(19세) - 손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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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로노블
작가명
손가지
발행일자
202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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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품 상세 설명

       


      황제는 사랑을 기대하지 말라고 했으나 황후는 그를 사랑했다.

      그를 지키기 위해 반역을 계획한 아비를 밀고할 만큼.

       

      사랑했습니다, 폐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을 말하고, 황후는 황제의 곁을 떠났다.

      그와의 마지막 밤이 자신에게 무엇을 남겼는지도 모른 채로.

       

      * * *

       

      기어이 내게서 도망쳤으면 잘 사셔야지, 이런 꼴로.”

       

      테네르를 찾아온 레온하르트는 형형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

       

      더듬더듬 흘러나온 목소리는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레온하르트의 차가운 시선이 테네르와 아이를 훑었다.

       

      누구의 아이입니까, 황후.”

      저는…… 이미 폐해진 몸입니다.”

       

      커다란 손이 테네르의 뺨을 감쌌다.

      뜨거운 온기가 닿은 자리에 쿵쿵 맥박이 뛰는 것만 같았다.

       

      내게 황후는 그대뿐인데.”






       

       



      손가지

      가지가지 쓰는 가지







       

       



      [1]

       

      오랜만입니다, 황후.”

      울음소리의 한가운데서 들려온 것은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웃음기 없는 음성은 지독히도 낯설었다. 테네르는 간신히 입을 뻐끔거리며 뒤늦게 아이의 등을 쓸어내렸다.

      ……폐하.”

      차가운 시선이 자신과 아이를 훑었다. 테네르는 그 시선을 오래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피가 뚝뚝 흐르는 검 끝이 눈에 들어오자, 아이를 안은 팔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누구의 아입니까.”

      …….”

      누구의 아이입니까, 황후.”

      테네르는 대답하지 못했다. 뒤늦게 느껴지는 피비린내에 들이마시는 숨결이 가늘게 떨렸다.

      저는…… 이미 폐해진 몸입니다.”

      그 아이가 누구의 아이냐고 물었습니다.”

      낮고 건조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안에 느껴 본 적 없는 열망이 들어차 있음은 착각인가. 테네르는 아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듯 꼭 껴안았다. 손 귀한 황실의 아이였다. 아이의 아비가 밝혀지는 순간 분명 빼앗길 테다.

      ……제 아이입니다.”

      레온하르트는 대답이 없었다. 테네르는 몸을 한껏 옹송그린 채 재차 말했다.

      제가 낳았으니, 제 아입니다.”

      아이의 아비는…….”

      모릅니다.”

      긴 침묵이 흘렀다. 레온하르트가 짧게 헛웃음 쳤다.

      누군지도 모를 남자의 아이라, 이 말씀입니까?”

      정부를 들여도 된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하물며 저는 이미 폐위된 몸입니다. 그러니…….”

      이젠 부부도 뭣도 아니니, 그대에게 참견하지 말라고요?”

      노골적인 말에 테네르는 차마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그러나 그 말을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녀의 손길은 여전히 아이만을 다독이고 있었다. 레온하르트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머뭇거리던 테네르가 입을 열었다.

      ……저를 찾아오신 걸 알면 살바토르 영애가 서운해할 겁니다.”

      그대와 결혼하면서 그녀와는 이미 파혼했습니다.”

      황후의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워 두셨습니다.”

      테네르가 폐위된 지 벌써 2년이었다. 그 말인즉슨 황후의 자리를 2년이나 비워 두었다는 의미였다. 이제는 태후도 없는 황실에서 황후가 공석이라는 건 안 될 일이었다.

      그대의 말이 맞습니다.”

      레온하르트는 선뜻 그녀의 말을 긍정했다.

      황후의 자리가 너무 오래 비었지요.”

      나직한 목소리는 테네르가 기억하는 것만큼 다정했다. 그러나 아이를 훑는 눈길은 전에 없이 싸늘했다. 테네르는 낯선 표정을 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이제 살바토르 영애가 돌아왔으니, 원래대로…….”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황후.”

      커다란 손이 테네르의 뺨을 감쌌다. 울다 지쳐 잠든 아이가 품 안에 있었다. 뜨거운 온기가 닿는 자리에 쿵쿵 맥박이 뛰는 것만 같았다.

      내게 황후는 그대뿐인데.”

       

      [2]

       

      감히 어떤 자가 황자를 노린단 말인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연 살바토르 공작이었다. 자신에게 친부 대접을 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니, 황후의 아비로라도 대하라 선심 쓰듯 말하던 그자. 다른 이일 가능성 또한 놓쳐서는 안 되겠지만, 지금 당장 의심이 가는 것은 역시나 그자였다.

      내 잘못입니다, 테네르.”

      …….”

      내가 조슈아를 두고 성을 비워서, 그래서…….”

      절 쫓아오신 것뿐인데, 그게 어떻게 폐하의 잘못일까요.”

      후회하는 것은 테네르도 마찬가지였다. 다시는 볼 수 없을 어미가 무엇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제 욕심 채우겠다고 오라비에게 조슈아를 맡기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게 아닌가.

      그러나 책망하고 자책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테네르는 잠든 아이를 바라보았다. 제 아이를 해치려고 한 이들이었다. 또 이런 일이 없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전과 같은 이들일까요?”

      …….”

      제게도……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

      조심스레 물었지만, 레온하르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 아무 말도 해 주지 않는 것인가. 테네르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제 아이를 해치려고 한 자들입니다. 그런데 왜 제게는 아무 말도…….”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테네르.”

      절 사랑한다고 하셨잖아요.”

      그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했던 게 바로 자신이었지만, 우습게도 지금의 그녀가 가장 매달릴 수 있는 건 바로 그 말이었다.

      설령 그 말이 거짓이라고 하더라도, 절 정말로 황후라고 생각하신다면 작은 단서 하나라도 말씀해 주실 수 있지 않나요?”

      이미 한 차례의 습격을 경험했으면서도, 테네르는 그들에 대해 물은 적이 없었다. 레온하르트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가 자신을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황제로서 황자인 조슈아와 황후인 자신을 지켜 내리라 믿었기에.

      그러나 자작 성에 있는데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나. 심지어 운 좋게 아무도 다치지 않았던 그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오라비가 크게 다친 상황이었다. 그러니 더는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살바토르 공작인가요?”

      …….”

      저와 조슈아를 없애고 공녀를 황후에 올리기 위해서 그런 건가요?”

      반쯤 확신에 찬 물음이었다. 레온하르트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황궁에 도착하기 전에 그자의 손발을 묶어 둘 수 있습니다. 더는 이런 일 없게 할 테니, 날 믿고…….”

      제가 폐하를 따르는 것은, 폐하께서 저와 조슈아를, 오라버니를 지켜 주시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테네르가 그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그가 안전을 확보해 주지 않는다면 그의 곁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의미였다. 그 말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

      그런데 누가, 왜 아이를 노리는지조차 말씀해 주지 않으시면, 제가 어떻게 폐하를 계속 믿을 수 있을까요.”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레온하르트가 얼굴을 성마르게 쓸었다.

      제가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이 있나요?”

      정곡을 찌르는 말에 레온하르트는 입을 다물었다. 그 침묵만으로도 테네르는 천천히 머리를 주억거렸다.

      ……제가 주제넘은 것을 물은 모양입니다.”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럼 왜…….”

      테네르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레온하르트는 말할 수 없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말한단 말인가. 아이작 살바토르가 왜 제 딸을 황후로 밀어 넣으려 하는지, 왜 자신이 그를 단호히 거절하지 못하고 미온적으로 굴었는지, 제 어미를 철석같이 믿고 있을 그녀에게 어떻게 말한다고.

      미심쩍은 구석을 발견할 작은 빌미 하나조차 주고 싶지 않았다. 모르고 넘어가면 될 일이다. 어차피 없던 일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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