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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가 되고 싶었다.
공작의 사생아란 이유로 냉대 속에서 후계자로 이용당해 온 레티시아.
누명으로 인한 죽음. 그 끝에서 그녀는 열한 살의 나이로 다시 눈을 뜬다.
‘이번 생에는 내가 가야 할 길을 만들겠어.’
“가문을 나가겠습니다.”
버림받았던 공작가를 벗어나 북부로 향하는 레티시아.
그곳에서 만난 철혈의 윈터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하는데.
“저를 후원해 주세요, 백작님.”
“공녀는 윈터를 위해 무얼 해 줄 수 있지? 나와 윈터가 그대를 아비로부터 비호해준다면.”
“계약의 대가로, 윈터 영지의 저주를 풀어 드리겠습니다.”
두 번째 삶에서 피하려 할수록,
위험하지만 매혹적인 인연들과 얽히게 되는데…….
“날 멋대로 구하지 말았어야지. 내게 시선 하나 주지 않을 거였으면.”
“마탑주는 정인으로 두고, 저를 남편으로 삼아 주세요.”
격변하는 두 번째 삶.
레티시아는 새로운 가족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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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
커피 한 잔, 음악과 함께 좋아하는 글을 쓰는 염소자리
설렘 가득한 행복을 이야기에 담았습니다.
출간작
여주에게 버려진 악당을 구하는 방법
이제 그만 새가족을 찾으려합니다
“아까, 잔느와 만났어? 파르비스가 봤대.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
레티시아는 일라이 앞에 찻잔을 놔주며 물었다. 찻주전자에서 흐르는 주홍빛 찻물을 보며 일라이는 “글쎄…….” 하고 말끝을 흐렸다.
잔느와 별 이야기를 안 했는데, 왜인지 알려 주기 싫었다.
‘널 두고 말다툼을 했다곤 말할 수 없지.’
일라이는 “차가 맛있다”라며 레티시아의 관심을 돌리려 했고, 반쯤은 성공한 듯 보였다.
그 후로도 레티시아는 냉침冷浸을 연습하고 나서 찻주전자와 다구를 씻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 레시피 책을 살폈다.
단풍나무 꽃차, 겹벚꽃 차, 꽃사과 꽃차 등등의 레시피가 있어서 다음에 해 봐도 좋을 것 같았다.
팔랑.
낡은 레시피 책을 넘기며 레티시아가 물었다.
“일라이는 내가 왜 좋아?”
“이유는 생각 안 해 봤어.”
“그냥인 거야……?”
레티시아는 물어 놓고 실수를 했나 싶어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일라이를 곤혹하게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냥 조금은 알고 싶었을 뿐.
‘내 어디가 그렇게 좋다는 건지…….’
레티시아는 일라이를 흘끗 쳐다보며 식어 버린 꽃차를 들이켰다.
향이 좋고, 진하게 우러나온 것은 잔느와 일라이에게 주었고 남은 차는 제 몫이었다. 두세 번 우리고 나면 버려야 한다는데, 네 번째 우린 차를 마시는 게 습관이 되었다.
‘마네르에서는 품질 좋은 차가 귀했으니까……. 내게만 귀했지만.’
그냥 버릴 걸 그랬나? 레티시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라이는 턱을 괸 채 한숨 쉬는 레티시아를 빤히 쳐다보았다.
“난 그냥 너 좋아하는 거야. 이유를 대라면 많이 댈 수 있지만…….”
레티시아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진 적은 많아도, 좋아하는 이유를 찾으려 한 적은 없었다.
두 눈이 마주치면 심장이 뛰었고, 목소리를 들으면 그걸로 기분이 좋아졌다. 제 이름을 불러 줄 때면 저도 모르게 입술 끝이 올라갔다. 그래서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구해 줬을 때 이미 마음을 빼앗겼을지도…….’
레티시아가 자신을 네르바드의 감옥에서 구해 주던 그때, 조금은 마음을 가져갔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고백에 대한 답도 듣지 못했는데, 좋아하는 이유까지는 말해 주고 싶지 않았다.
상대가 레티시아라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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