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을 오직 한 남자만을 바라보며 달려왔다.
그의 완벽한 신붓감이 되려고 이 자리까지 왔는데,
그게 다 부질 없는 짓? 억울해서 포기 못한다.

서지아의 파란만장한 들이대기식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류진

여름의 길목,
빗줄기가 한바탕 쏟아질 것처럼 날씨가 서늘하고, 바람이 분다.
누군가와 한 우산을 쓰고 달리고 싶을 정도로.

로맨스 소설을 쓴다는 건……,
나에게 있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짜릿하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랑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다음 작품은…… 사이코 추리 로맨스(자료수집 중.)

‘게이? 스킨십을 싫어한다?’

그녀의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그가 몸을 돌려세웠다. 그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어두운 길가인 탓에 그의 눈빛이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

“지아?”
그가 그녀에게 걸어왔다.
“응.”
“괜찮아?”
그가 그녀의 어깨를 잡아 끌어당겼다. 지아는 숨이 턱 막혔다. 그의 체취와 넓은 가슴에 그녀는 자신이 무척 작게 느껴졌다.

“응. 그런데 민정이가 이상한 소리를 하던데…….”
그가 그녀의 뺨을 감쌌다. 그에게 그녀는 더 이상 친구의 여동생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빛은 더 이상 순진하지 않았고 오히려 뇌쇄적이었다. 그런 그녀의 눈빛이 그의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심장을 깨웠다. 그는 그녀의 눈, 코, 입을 사랑스럽게 내려다보았다. 그는 뜨거운 욕망을 못 이기고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잡아 애무하듯이 만지작거렸다.

“이상한 소리?”
그는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안아 가까운 호텔로 뛰어 들어가고 싶은 욕망이 불같이 일어났다.

“오빠 게이야?”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지면서 그의 몸에서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온몸의 피부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지아는 그의 살벌한 기운에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어서 말해봐.”

세진은 당장이라도 그녀의 몸을 마구 흔들어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민정이가 말하길 세진오빠가 스킨십을 잘하지 않는 이유는 남자를 좋아해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얘기해서. 아니지?”
그는 충격으로 온몸이 얼어붙었다. 너무나 어이없는 소리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자, 그녀의 몸이 휘청거렸다.

“뭐? 민정의 말이 사실이었던 거야? 정말 오빠가 게이인 거야? 세상에! 그런데 왜 나한테…….”
그가 붙잡고 서 있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
“자, 가자!”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그의 완력에 의해 걸음을 옮겼지만 머릿속은 완전히 백지상태였다.

“어딜……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어떻게 그 많은 여자들을 사귀었으면서…… 아니, 그럼 그 모든 게 다 쇼였다는 거야? 게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그러면 혹시 우리 오빠가 세진 오빠는 안 된다고 한 이유가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