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살 임수진. 보정속옷의 도움을 받아도 66을 입는 덕분에
세무공무원인 그녀의 직장만 보는 맞선남만 꼬여서 아직 싱글.


로또다.
수진의 인생에 이보다 더 큰 로또는 없었다.
하늘에서 잘난 남자가 뚝하니 떨어졌다.
아무래도 볼이라도 꼬집어야 할 모양이다. 아야! 진짜네.
서른두 해를 살며 내내 심심했던 수진의 인생이
갑자기 스텍파클한 러브 라인이 펼쳐질 모양이다.
조금 나이가 많은들 어떠하리. 큰아들이면 어떠하리.
마음 착하고 더군다나 배 안 나온 순수 오리지널 총각이시다.
무려 행정'고시'나 외무'고시'는 합격하셔야 대한민국
정부처에 들어가는 5급 공무원. 고위직으로 가는 유일한 길.
서른아홉의 훈남 지섭, 수진의 인생에 날아들다.

오래도록 숙성된 늦깍이 사랑 초보들, 사랑에 빠지다!



“이 나이에 무슨 사랑이며 연애야. 다 귀찮아.”

서른두 살 임수진. 키 165cm 몸무게 일급비밀. 66사이즈를 입는다. 물론 꽉 낀다.
그래서 늘 재킷을 오픈해 입는다. 빈펄을 좋아하는 이유 100싸이즈가 있어서.
속 모르는 사람들은 수진이 빈펄을 아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9급 때보단 많지만 여전히 박봉. 가끔 이거 받으려고 미친 듯 공부해 들어왔나 싶다.
살찐 여자 좋아하는 남자는 세상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나이 되도록
대쉬 한 번 못 받았을 리가 없다. 그래서 대외적으로는 독신주의라고 외치고 다닌다.


“나랑 사귀면 복 터진다면서요. 그 복, 수진 씨가 가져요.”

서른아홉 진지섭. 스물에 만난 여친과 10년이나 연애를 했지만 정작 서른에 이별.
이미 스물일곱에 행정고시에 합격했던 그녀로서는 어쩌면 오래 기다려준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깨어진 사랑의 후유증인지 행정고시 합격 후 물밀 듯 들어온 선도 모두 거절,
쭉 싱글로 보냈다. 그러나 자다 옆구리에 시려 깰 정도로 요즘 외로움이 사무쳤다.
어쩌면 푸근한 수진을 보며 더욱 그 외로움이 짙어진 탓일지도 모르겠다.
남들은 뚱뚱하다는 수진이 그의 눈에는 그저 귀엽게만 보인다.

임은경/

닉: 銀
치열했던 20대보다 안정된 30대가 더 좋다!
그러나 가끔은 불꽃 같은 20대를 누리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여전히 철없는 30대.

연재/
[오만한 그녀]
[내 사랑 봅슬레이]

출간작/
[이혼후... 愛]
[그대 뒷모습을 사랑해요]
[여우, 곰을 만나다]
[Dr. O]
[불꽃 -The Flame-]
[어린 부부]
[사랑 더하기]

출간 예정작/
[그의 겨울에 봄이 오다]

“수진 씨, 혹시 사귀는 사람 있습니까?”

‘내내 뜸들이더니 묻는 거하고는. 왜 뜬금없이 그런 건 묻는데?
내가 사귀는 사람이 있든 없든 무슨 상관이라고! 그래, 없다, 없어.
니가 보기엔 내가 있어 보이냐? 없으면 뭐 소개라도 시켜주게?
왜 어디 살 쪄도 상관없으니 공무원이면 된다는 놈 또 있다니?
내가 오 계장이 며칠 전에 한 말만 떠올려도 속이 확 뒤집히는데
당신이 이렇게 나오면 안 되지. 당신 나이가 서른아홉인데 누굴 걱정해?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는데 아저씨, 당신이나 가시죠.’

그러나 마음속에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가는 앞으로 자신의 사회생활을
말 그대로 암흑기에 들어갈 게 뻔하기에 수진은 굳어져 가는 얼굴을
힘들게 펴가며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대답했다.

“없습니다.”

“눈이 높은 건 아니구요?”

지섭의 말에 순간 수진의 이마가 자신도 모르는 새 구겨졌다.

‘이 인간이 진짜 쉬는 날 누구 열 받게 하려고 온 거야, 뭐야?
노총각 히스테리는 집에 가서 벽보고 부려!’

“저만 사랑해줄 남자 찾는 게 쉽지 않네요. 저보다 지서장님이 먼저 가셔야죠.”

‘니 나이나 생각해. 난 그래도 서른둘이지. 아저씬 서른아홉이잖아!
어디서 자꾸 건드려, 건드리길. 진짜 지서장이라 확 받아버릴 수도 없고.
오늘 진짜 왜 이렇게 재수가 없냐.’

“그럼 나는 어때요?”



서른둘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남자에게 고백조차 받지 못했던 우리의 수진,
말 그대로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다.
그러나 우리의 수진 양, 그저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그냥 덥석 잡자니 상대가 너무 대단하다.
뭐, 재벌은 아닐지라도 지섭은 무려 행정고시 패스한 5급 공무원.
9급 시험 보고 들어와 승진해서 이제 고작 8급인 자신과 달리
그는 행정고시 합격한 5급 공무원 되시겠다.
그러니 어찌 수진이 자신에게 내밀어진 손을 덥썩 잡을 수 있을까?

망설이는 수진의 등을 떠민 건 다름 아닌 수진의 언니인 수하였다.
꼭 잡으라는 언니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은 수진,
드디어 생애 처음으로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
연애라고는 주위에서 하는 걸 본 게 전부. 그러나 생각보다 이 연애라는 게 은근히 재밌다.
순간순간 떨리고 어색하지만 그래도 매 순간이 좋았다.
손을 잡을 때도 첫 키스를 할 때도. 이내 연애에 폭 빠져버렸다.
그저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처음인 수진은 그렇게 지섭을 좋아하고 결국 사랑하게 되고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