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정말 미안해.”
“뭐가?”
“그냥 너무 미안해.”
“문 안 열 거야?”
“미안해…….”

소운은 내내 그곳에 있다. 문을 열면 보일 것 같은데 문을 열 수 없는 그곳에. 목소리가 가깝게 들리는데 모습이 보이지 않는 그곳에. 내가 얼마나 위선적인지는 안다. 신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내 이런 모습을 보고 가차 없이 벌을 내릴 것이다. 하지만 그를 사랑하는 이런 마음은 위선이 아니다. 절대로 거짓이 아니다. 마음 속 비난의 창이 심장을 매순간 찌르고 있지만, 나는 기꺼이 그와의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건 계획이 아닌 어쩔 수 없는 불가항적인 힘에 의해서였다.

송시연 지음

출 간 작

「내 인생의 단 한 남자」- 전자책
「가슴 위로 너를 묻다」- 종이책

“살인자 만나면 어떡할 건데.”
“죽일 거야.”

그의 대답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다.

“그래.”
“내 손으로 직접 죽일 거야.”

그는 노여움이 꼬리를 무는 말투로 천정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소름이 끼치도록 지금 이 순간 소운과 함께 마주 대하고 있는 현실이 두려워진다.
그래……, 네 손에 죽는 것쯤은 오히려 행복한 일일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