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회사에서 일하는 수민은 회식자리에서 우연히 3년 전 헤어진 연인, 경록을 만난다.
3년 전 수민의 회사에 입사해 한 달 남짓 수민과의 짧은 만남 끝에 그녀에게 지독한 마음의 상처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경록.
라이벌 포털 회사의 회식 자리에 있는 경록을 보고 수민은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그러나 수민이 경록을 한 눈에 알아봤든 경록도 수민을 알아보고 두 사람은 다시 서로에게 끌림을 느낀다.

3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에게 다시는 마음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수민, 그러나 3년 만에 그녀 앞에 홀연히 나타난 경록은 거부하는 그녀에게 계속해서 다가간다.
그를 보고 요동치는 마음과 다시는 그에게 마음 주지 않겠다는 결심 사이에서 고민하는 수민, 그리고 그녀를 처음 본 순간, 그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경록.

3년 전의 오해를 하나하나 풀어가며 경록과 수민은 다시 그들의 사랑을 찾아가는데…….
그녀를 그리움 속에, 괴로움과 고통 속에서 보내게 했던 그 남자. 바로 그 남자, 민경록.

홍윤정

2002년 로맨스소설계에 입문. 2003년 [구인광고]와 2004년 [비타민]을 필두로 글을 펴내기 시작했다.
다양한 군상과 사랑관에 관심을 쏟고 있으며 피아노 음악과 락 음악에 관심이 많다. 최근 들어 사랑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더 공감 가는 로맨스소설을 쓸 수 있게 되길 바라고 또 노력하고 있다.

출간된 글로는 <미스터 버스>, <리나가 돌아왔다>, <일용한 그녀>, <바람직한 그 녀석>, <커플 만세>, <낭만 가정부>를 포함 십여 작품이 있고 <척.척.척>, <고등어 남편>, <그녀는 미끼였어>등을 쓰고 있다.

▣ 본문 중에서

“야비해.”

수민은 헐떡이며 이를 갈듯 말했다. 하지만 수민은 녀석의 유혹에 넘어가고 싶은 충동과 이번만큼은 경록으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야 말겠다는 의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정말로 야비한 눈빛으로 그녀의 몸을 샅샅이 훑어보며 뻔뻔스럽게 대답한다.

“알아.”
수민은 위엄이 넘치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장난 아니야. 대충 넘어갈 생각 말라고. 이건 중요한 문제야.”
“내가 장난하는 것처럼 보여?”
그가 물었다.

“핵심을 비켜가려고 하잖아. 내가 하는 말이 잔소리로 들려?”
“그럴 리가…….”
경록이 중얼거리며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수민은 휙, 고개를 틀어 그를 거부했다. 그러나 그의 입술은 계속 내려와 수민의 목덜미로 내려앉았다.

“……없잖아. 네 말 한마디에 내가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 아직도 몰라?”
그는 게걸스레 입술을 벌리며 수민의 성감대인 목덜미를 공략했다. 그의 뜨거운 혓바닥이 쇄골을 파고들고 그 위를 보드라운 입술이 쓸고 지나가자 수민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휘며 신음했다.

“민경록, 이거…… 반칙이야.”

* * *

“우린 끝났어.”
수민은 그의 말을 급하게 가로막으며 단언했다.

“다시 돌이키고 싶은 마음도 없어. 미련도 없고 추억도 없어. 너에 대해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다시 만날 생각도 전혀 없어. 오늘처럼 우연히 만나는 일도 될 수 있으면 피해줘. 난 네가 싫어.”
[끝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래?]

그녀의 말을 끝까지 다 들어주더니 그가 차분히 물어왔다. 수민의 머릿속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끝나지 않았다니, 뭐가? 대체 무슨 소릴 하려는 거야, 민경록!

[아직도 우린 연애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수민. 그냥…… 잠시 쉬고 있었던 건 아닐까?]
“무, 무슨 헛소리야?”
[널…….]

사랑한다는 개소리만 해봐라. 죽여 버리고 말 테니까. 수민은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물었다. 휴대전화를 쥔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녀의 온몸은. 온몸으로 그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뭐라고 말할지 그녀는 무서웠다. 그의 말에 또다시 갈대처럼 흔들릴까 봐. 또다시 아파 괴로워하게 될까 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