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만들어내는 소리 하나하나가 그녀의 심장에 닿아 미친 듯이 요동치게 만들었다. 이따금씩 들리는 숨소리, 버클 풀리는 소리,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을 때 들리는 아주 미세한 소리 등…….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귀한 것이었다. 숨이 막혔다. 지윤은 그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정신적으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을 믿지 못했는데 지금 이 순간은 가능할 것도 같았다. 그것은 짜릿한 희열이었다.

“나 말이에요.”
“응.”
“나 버리는 거 아니죠?”
“왜 그런 말을 해?”
“다 나를 버렸어요. 그 누구도 내 곁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고요. 당신도 그럴 거죠?”
“아냐. 절대…….”
그가 일어나 지윤을 힘껏 껴안았다.

“마지막 사랑이라고 약속할 수 있어. 네 마지막 사랑이 되어줄게. 믿어.”

서 우

필명 : 가을숲사랑

쌍둥이자리 A형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꿈꾸고 글을 쓰지 않으면 무기력해지는 여자
바다를 사랑하고 청명한 하늘과 비를 사랑하는 여자
누구의 아내가 아닌, 누구의 엄마가 아닌 여자로 불리고 싶은…….
하지만 남편과 두 아이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평범한 엄마랍니다.

출 간 작
「그녀에게 매료되다」
「내 소중한 단 한 사람」

출 간 예 정 작
「너와 내가 사랑하면」
「아픔 뒤에 피는 사랑」
「세 여자의 삶과 사랑」

하나
“당신도 애인이 있고, 나도 아내가 있고, 후후……. 어때요? 진절머리나게 파트너가 질릴 때 한 번씩 만나는 거?”
그녀는 뭔가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아찔하게 어지러움을 느꼈다. 예상했던 대로 전형적인 바람둥이인 그였지만 무엇보다 자신에게 그런 거래를 제안했다는 것이 더 큰 충격이었다.
“내가 어떻게 보였기에 그런 제안을 하시는 거예요?”
너무도 충격적인 일에 그녀는 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현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아까와는 사뭇 다르게 독기가 서려 있는 눈빛으로 말이다.
“그런 것도 기준이 있습니까? 단지 너무도 매력적이어서 품고 싶었을 뿐입니다. 당신이 거절한다고 해도 그만이고, 어차피 내 평판은 곧 사내에 퍼지겠죠. 뭐, 상관없습니다. 난 그런 것에는 신경 안 쓰는 사람이거든요.”
“그럼, 나는요? 내 평판은 안중에도 없다는 소린가요?”
웃음이 나왔다. 절로 웃음이 나와 지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그곳을 벗어났다. 단지 품고 싶었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했다. 어딘가 허점을 보였을 자신이 추하게 느껴질 정도로 부끄러웠다.
둘
“떨고 있군. 내 제안, 생각해 봤나?
오늘은 수현이 대놓고 말까지 놓고 있었다. 거기다 그녀의 책상 한쪽 모서리에 엉덩이를 받히고 앉아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꽤 가까운 거리라 그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였다.
“아뇨.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더군요.”
“하하, 그럼 좋다는 건가?”
지윤은 화들짝 놀라며 정색을 했다.
“아뇨! 좋을 이유가 없잖아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에 제가 동조할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후후, 뭐, 내가 잘못 판단했을 수도 있겠지. 다만 처음 봤을 때부터 들었던 그 느낌이 못내 잊히지 않아서 말이야.”
그는 자꾸만 그녀를 그런 쪽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지윤은 거울을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로 그의 눈에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는지, 정말 천박하게 느껴지는지 하나하나 뜯어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첫 느낌이 어땠는데요?”
“좋았다니까.”
수현이 처음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참,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스와핑 들어봤어?”
“스와핑이라뇨?”
“몰라?”
그걸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도 있을까 싶었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것, 그녀 또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른 척 시치미를 뗐다.
“몰라요.”
“그걸 모르다니, 그렇게 순진했던가?”
“뭐라고요?”
지윤이 정색을 하며 물었다. 하지만 수현은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녀가 묻지도 않은 말을 뱉어냈다.
“우리 부부는 스와핑을 즐겨. 서로의 파트너를 교환하는 거지. 한 2년 되어가는 것 같군.”
어제부터 까무러칠 소리만 해대는 수현 때문에 지윤은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잠시 후 뭔가 다짐을 한 듯 심호흡을 하고 그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대꾸했다.
“난 그런 것하곤 거리가 멀어요. 부사장님이 스와핑을 하든 말든 저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고요. 파트너는 그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 테니 저는 그만 찔러보셨으면 좋겠네요. 이만 나가주시겠어요?”
“싫어.”
수현이 단호하게 대답하곤 허리를 숙였다. 곧 지윤이 의자를 최대한 뒤로 밀치고 물러났지만 이미 그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 가까이 닿아 있었다. 그의 숨결이 바로 코앞에서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쉽게 입술을 훔치지 않았다. 그것이 더 숨이 막혀왔다. 지윤이 떨고 있는 상황을 즐기는 듯싶었다.
“비…….”
지윤이 비키라고 말하려던 찰나 다른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오자 수현이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녀에게 사무적인 인사말을 건네고 그곳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