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와는 하룻밤으로 부족했다.
아마도 이 남자와 섹스를 나눈다면
영원히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잘못 생각했었다.
이 남자는 one night stand 상대가 아니었다.
절대로.

민은아

아직까지 로맨스에 살고 로맨스에 죽는 아줌마.

출간作: 8살 차이의 약혼자, 속도위반, 나일강의 연가,
완벽한 신랑감, 섹시 방정식 외 다수

윤후는 그녀의 몸을 한 번 눈으로 훑곤 다시 운전에 열중했지만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항상 여자의 나체만큼 섹시한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큰 오산이었다.

갸름한 피부는 놀랄 만큼 깨끗해서, 실핏줄이 보이지 않을까 착각이 들 정도였다. 뽀얗고 하얀 살들의 숨어 있는 저 옷들을 벗기면 무엇이 나타날지 알고 있는 남자들의 끝없는 상상은 꿈길을 걷는 듯 입을 벌리게 만들었다.

위험하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입 안에 미끈둥한 침이 목을 따라 자꾸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윤후를 괴롭혔다. 그녀의 숨결 한 자락까지도 놓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 전신이 아릴 지경이었다.

평소에는 살짝 유혹하듯 보이는 가슴 골짜기, 하얀 파우더를 발라놓은 듯한 백설기 같은 허벅지를 오른 손으로 애무하며 호텔까지 가곤 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온몸이 옷으로 다 도배되어 만질 데라고는 한 곳도 없는 여자, 거기다 유리창 밖으로 시선을 던지며 자신에게 무관심한 듯한 언밸런스한 그녀의 행동이 윤후의 욕망을 더욱 불쑥 솟아오르게 만들었다.

“덥지 않아? 그 국방색 옷 좀 벗지 그래.”
“나중에 벗지 뭐!”
“정말 나랑 잘 생각이 있는 거야?”
“그럼 지금 당신이 날 납치하고 있는 중?”
“납치라……. 그럴 수도 있지.”
“난 지금 제 발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고 있는 중이니까 신경 끄시고 운전이나 하시지.”
윤후는 콧바람 날리며 애교 섞인 반말을 하는 여자는 보았어도 대놓고 반말을 지껄여대는 여자는 처음이었다. 어이없는 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성격이 원래 그래?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 거야?”
“무슨 말이야?”
“나에게 대놓고 반말하는 여자는 처음이야.”
“젠장! 당신이 내 아버지라도 돼?”

사실 화영은 다리가 후들거려서 제대로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 정도여서 오히려 과장된 말투와 행동을 해야 했다.
이 남자를 처음 본 순간 메말라 버린 줄 알았던 호르몬의 샘이 다시 솟아오름과 동시에 작은 파장이 가슴속에서 요동을 쳤다.
그리고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작전대로 이 남자와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잡았건만! 그 당당했던 민화영은 어디로 사라지고 심장이 완두콩만큼 작게 오그라들고 있다니.

그는 위험한 남자인 동시에, 사랑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게 아닐까?
절대로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
여자도 남자를 데리고 놀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신우건설의 퀸이 아니라 킹이 될 수 있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