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지나는 한국에 있을 수가 없어서 그래. 큰 사고를 쳤거든.

“큰 사고를 쳐?”
-신문이고 방송이고 난리야. 집 밖에는 수십 명의 기자가 진을 치고 있는 상태고.
“그래서 미국으로 피난시키려고?”
-응. 그동안 언론들을 좀 다독거리며 사태를 수습하다 보면 다른 사건들이 터질 테고, 그때쯤 불러들이려고.
“대체 무슨 사고를 친 거야?”
-꼭 알아야겠어?
“아냐, 됐어.”
-섹스 스캔들.




섹스 스캔들로 피난 온 말괄량이 공주 지나와 바람둥이 라이언의 아찔한 동거가 시작된다!

그때 그 예민한 살찐 고슴도치 같았던 민지나가
저 환상적인 다리와 나긋나긋한 허리의 주인공이라고?
하, 어이가 없군.
아무리 여자의 변신은 무제라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게다가 그 순진했던 아이가 섹스 스캔들이라니!
좋아, 이 말괄량이를 제대로 길들여 보는 것도 좋겠지.
기대하라고, 지나!

나보고 살찐 고슴도치라고?
그것도 다른 여자와 뒹굴면서 나를 비웃다니!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날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아.
흥, 바람둥이 주제에 나를 길들이겠다고?
웃기지 마, 라이언.
당신에게는 절대, 절대 어떤 기회도 주지 않을 거야!

현미정 지음

1972년 대구 출생.
2003년 「상해연가」로 데뷔.
현재 「나의 괴물」「푸른 초승달의 왕국」 작업 중.
그 외 「이혁‘s Story」「P동 29번지」「여우연대기」「사라진 왕국」「신처용가」 등
다수의 작품들을 준비중에 있다.

출 간 작
「상해연가」
「능해목의 령 1,2」
「황녀의 환 1,2」
「가보 1,2」
「레이니 1,2」

“도대체 뭐 하자는 거지?”

그가 물었다. 나직한 목소리였지만 그의 분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산산조각 난 그의 자존심도. 아마도 그는 지나의 목을 짓누르고 싶으리라.

“더 이상은 하기 싫어서요.”
지나는 차갑게 말했다. 심장이 따갑도록 뛰고 있었다.
“더 이상은 싫다고?”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지나의 말을 따라 했다. 지나는 턱을 치켜 올리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 모습을 그가 실눈을 뜨고 지켜보았다.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으면 흥분이 되지 않아?”
지독한 그의 공격에 지나는 숨을 멈췄다. 거의 사색이 된 지나의 얼굴에 만족한 듯 그가 냉혹한 미소를 지었다.

“아예 엄두조차 못 내겠더군.”
그는 자신의 중지를 들어 올려 까딱까딱 움직여 보였다. 날카로운 신음이 지나에게서 터져 나왔다.
“그것 참 다행이군요.”
지나의 말에 그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앞으로도 절대 들어오지 못할 테니까요.”
입 밖으로 낸 후 지나는 얼굴을 붉혔다. 세상에, 자신이 그런 음탕한 말을 지껄이리라고는 꿈엔들 생각했겠는가!
그가 빙그레 웃었다.
“자신해?”
“자신할 필요가 있어요? 내가 하기 싫다는데? 당신하고는 절대! 절대 하기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