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뭘 알아? 네가 아무리 사람 같아도 넌 사람이 아니잖아. 아기가 생기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알아?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죽어 버리면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 아냐고! 뭘 안다고 떠들어! 로봇 주제에.”

“그건 제가 아니고 은서 씨죠. 로봇 주제에 참견해서 죄송하지만, 저는 은서 씨에게 도움을 주러 온 거지, 망가지도록 내버려 두려고 온 게 아닙니다.”

“참견하지 말라고 했지!”

“당신은 이런 사람이 아닙니다. 결코 이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왜 이러십니까. 전 지금 당신이 아니어도 충분히 복잡합니다.”

은서는 당황했다. 제이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만큼, 은서를 잡고 있는 그의 손에는 분명하게 감정이 실려 있었다.

대조영 지음


출간작

「궁녀와 자객」
「하이힐」
「도넛&백만장자」등


출간예정작

「주문」
「비밀의 비밀」

제이는 고개를 들지 않고 그녀의 발에 신겨진 슬리퍼만을 바라보았다.

“로봇 주제에 유리가 박힌들 아픔을 느끼겠습니까. 저는 정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만 아픕니다. 치우고 갈 테니 들어가서 쉬세요. 저는 잠을 안 자도 되고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존재니까.”

“너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제이 때문에 은서는 혼란스러운 것 같았다.

“마음이 아파?”
“치워야 하니 얼른 들어가세요.”
“묻고 있잖아.”
“어떤 대답을 원하십니까?”
제이는 이런 즐겁지 않은 대화는 그만하고 싶었다.

“정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만 아프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입니다.”

“사람이 아니잖아. 아무리 네가 사람 같다고 해도 사람은 아니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게 가능해?”

“그건 절 만들어낸 분한테 물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