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준 사람이 너라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너라서,
내 아내라는 자리에 네가 있어서,
내 아이의 엄마가 네가 될 수 있어서,
너라서 사랑한다.”

스무 살, 기필코 결혼을 해야 하는 유채.
그런 그녀로 인해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신혁.
그들이 벌이는 알콩달콩 사랑 쟁취기.

작가약력 : 손리나
필명 : 러브리나
활동사이트 : 로망띠끄, 작가연합카페 『그녀들의 로맨스』, 작가연합홈피 『글쟁이마을』
flsk000@naver.com


출 간 작
「멍이 독이 되다」
「금지된 사람」
「황태가 칼에게 꽂혔을 때」
「어레스트」
「눈의 여인」

출 간 예 정 작
「설희」

“왜 결혼을 못하겠냐고 물었잖아요. 그 이유가 듣고 싶어요.”

“…….”

“내 나이가 어려서?”
“피곤해. 돌아가.”
“극복 못할 세대차이가 겁나는 거군요.”
“뭐?”
“유신혁은 겁쟁이였어.”
“꼬맹이 그만해라.”
“이유를 듣기 전에는 전 한발도 움직일 수 없어요. 그러니 말해 봐요.”
“이유라…….”
“그래, 이유요. 나와 결혼하기 싫은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거예요. 그렇지 않는 한, 난 이 결혼 할 거니까.”
“나랑 결혼이 하고 싶으면 키 더 크고 와라, 꼬맹이.”

그는 자신의 가슴에서 딱 멈춰버린 유채의 키를 들먹이며 그녀를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들려온 유채의 음성에 신혁은 기함하고 말았다.

“차라리 가슴을 C컵으로 키우라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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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받아 줄까요?”

대답 대신 신혁은 벗은 재킷을 유채에게 건네었다. 넥타이를 풀어내고 셔츠를 벗으려 단추 위에 손을 올린 그가 유채를 내려다보았다. 행동을 멈춘 신혁을 바라보며 유채가 의아한 듯 이야기했다.

“왜 안 풀어요?”
“옷 벗을 거야. 안 나가?”
“내가 왜요? 나, 나가야 해요?”
“벗는다니까?”
“벗으세요.”
“벗어?”
“왜요? 부끄러워요?”

자신과 첫날밤 보내기가 무서워서 도망치듯 신영에게로 갔던 녀석이 하루아침에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이자 그는 그녀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도대체가 속셈을 알 수가 없었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지 신혁은 집요한 눈으로 유채를 응시했다.
“부부끼리 뭐가 부끄럽다고. 알았어요, 나가 있어 줄게요.”
‘부부끼리?’
제 할 말만 하고 나가 버린 유채의 속을 신혁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알 수 없는 녀석.”
신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혼을 했음에도 아직까지 그 현실이 온몸으로 다가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부부라는 유채의 그 단어가 생소하면서도 가슴에 닿았다. 그래, 부부였다. 그녀는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의 아내였다. 아직은 그 사이가 다소 어색하다 하더라도 분명 극복해야 하는 일이었다. 옷가지 정도는 허물없이 벗을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되는 그때가 되면 부부라는 단어가 이렇게까지 낯설지 않을 거라고 신혁은 생각했다.
유채가 노력하고 있는데 자신이 그녀의 맘을 몰라준 건 아닌가 그는 아차 싶었다. 뭐가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 신혁은 밀려오는 두통을 씻어내려 욕실로 향했다.
30여분이 흘러 신혁은 젖은 머리를 털며 욕실에서 나왔다. 당연히 없을 줄 알았던 유채가 눈앞에서 보이자 그는 다소 놀랐다.

“엄마한테 안 가?”
“엄마 자는데.”
“가서 안 자?”
무슨 말을 하고 있냐는 듯 유채가 신혁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을 마주한 신혁의 머릿속으로 스치듯 유채의 말이 떠올랐다.

[오늘 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아저씨 지금 피곤하면 곤란한데.]
“나랑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던가?”
유채의 말을 떠올린 신혁이 물었다.
“오후부터 이 시간만 계속 기다렸어요.”
“그래, 그 일이 뭔데?”

“아기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