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가 울면 제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나요.
넘어져서 무릎이 깨지면 제 무릎이 더 아프고,
그 애가 웃으면 저도 즐거워요.
하루 종일 보라를 쫓는 게 버릇이 되었나 봐요.

꽃눈이 내리는 동화처럼 아름다운 집이 있었습니다.
그 집에는 승우, 현우 멋진 왕자님이 둘이나 있었고,
두 왕자의 사랑을 독차지한 보라 공주님도 있었지요.

“오빠! 나 커서 오빠랑 결혼할 거야.”
“우리 꼬맹이 언제 크나? 언제 커서 오빠한테 시집오지?”
“보라 내일이면 다 크는데, 현우 오빠가 그랬는데.
내일이면 보라 다 큰다고.”
“하하, 그래?”
“응, 그래서 내일 오빠랑 결혼할 거야.”

사랑스러운 보라 공주, 그리고 ‘보라중독증’이라고
놀림을 받을 만큼 보라를 사랑하는 든든한 왕자님 정승우.
보라 없인 못 사는 승우와 승우 없인 아무 것도 못하는 보라.
이별은 잠시뿐이었다. 열 밤만 자면 다시 만날 것이었다.
하지만 16년 후, 어른이 된 두 사람의 관계는 달라져 있었다.


“이제부터 정승우가 날 사랑하게 만들 거야.
망가질 때까지, 바닥으로 떨어질 때까지.”

공주님이었던 한보라는 복수의 화신이 되어 있었다.


승우 오빠가 그랬어, 나한테는 나만의 향기가 있대.
오빤 그걸 애기 냄새라고 했어.
보라만 가지고 있는 애기 냄새.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바람결에 그 향기가 난대.

“네가 원하는 거 뭐든 해줄게.
그러니 넌…… 내 곁에서 망가지는 날 지켜봐.
그게 한보라를 위해 죽을 수도 있었던 날 미치게 만든 벌이고, 내 원망이야.”

어른들의 이기심은 아이들에게 비수가 되어 날아가고,
깊은 상처를 입은 세 아이들은 각각 방황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가슴이, 심장이 찢기는 것조차 감수한 채로.

“내가 포기하길 바란다면…… 내 기억을 지워.
꿈속에서도 살아나 괴롭히는 기억을 지워버려.
그러지 않고는 보라 너를 내가 놓는 일 없을 거다.”
“내가 지워줄 거야, 오빠 기억.”
“제발…….”
“방법을 알려줘.”
“……웃어.”

그가 말했다. 웃으라고.
하지만 어떻게 웃을까. 가슴이 웃음을 잃어 버렸는데.
지금이 힘든 건 운명을 거스른 대가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임수민 (망사망고)
종종 비형이라고 오해를 받는 초 다혈질 에이형.
잠자는 시간이 하루 중 제일 행복한 꿈꾸는 몽상가.
맑은 수프 (http://consomm.cafe25.com)에서 상주중

전작: 흔들리며 사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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