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한 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곁에 있고 싶었다.
물론 영원히 근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언젠가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날이 오겠지.
결국 그와는 헤어지게 되겠지만, 좀 더, 조금만 더 시간이 필요했다.
아직은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의 곁에 있고 싶었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자신의 가슴에 비밀스런 감정을 숨긴 채로 그의 곁에 머물렀었다.


지금은 지현을 보고, 느끼고, 맛보고 싶은 갈증만이 존재했다. 마침내 그는 고개를 숙였다. 사무실의 정적 속에서 지현의 얼굴에 고개를 묻으며 승우는 나직이 말했다.
“네 전부를 갖고 싶다.”
“이사님…….”
“궁금하군. 그건 어떤 느낌일까?”
허공 속에서 그들의 시선이 마주쳤을 때 결심하듯 승우의 입이 열렸다.
“내 여자가 되라.”
지현은 훅, 숨을 들이마셨다. 놀라고, 당황했고, 그의 말에 흔들렸지만 이건 아니었다. 그녀는 이래서는 안 된다, 굳게 믿고 꼿꼿한 태도로 그를 대했다.
“농담치고는 지나친 것 같습니다. 지금 행동도 사과해 주세요. 저는 이사님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이는 장난감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장난이라고 했나? 그럴 리가.”
승우가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쓴웃음 지었다.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와 버리지 않았나? 윤지현.”
그가 천천히 팔짱을 꼈다. 묘하게 알 수 없는 눈빛. 어둡게 불타는 듯한, 그의 시선이 삼키듯 지현을 바라보았다.

진여진

로맨스는 변치 않는 꿈.
오랜 꿈인 로맨스 소설을 쓸 수 있어 더는 바랄 게 없다.

출간작/

리오의 밤
야누스의 재회
안개의 거리
불꽃의 페르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