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안 해 봤지만 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알 만큼은 알아요.
당신도 결혼에 대한 환상은 없는 것 같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우린 매일 사랑하며 살아요.
결혼은 사랑을 죽이는 망할 제도라니까요. - 남정수


사랑의 의미? 그걸 몰라?
너 없이 살기 힘들 정도로 사랑한다는 거야.
하루 종일 네 생각밖에 못하고, 제기랄 너 때문에 미치겠다고.
널 아껴주고 싶고,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너 때문에 내가 행복해져.- 최독견

정우연

작품 - 제멋대로의 연인, 그림자 사냥, 아니생긴여자의 행복, 내겐 너무 귀여운 그대 등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산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여러 종류가 있듯이 사랑도 여러 사랑이 있다.
그 중 과연 으뜸은 첫사랑이라.
늘 첫사랑 같이 뜨겁고 달콤하고 광적인 로맨스를 꾼다.
그 모든 것이 로맨스소설 속에 있다.
로맨스소설을 읽으면 핑크빛이탈을 경험한다.
그래서 로맨스를 쓰고 행복이라 읽는다.

패륜, 변태 등 그 어떤 정의를 내린다 한들, 이제 독견의 정수에 대한 욕망은 멈출 수 없었다.
흡사 달리는 폭주기관차처럼 그는 정수를 여자로 보고 느끼고 반응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이렇게 들끓는 그의 마음을 표현할 수 없어 불편했고,
마음대로 만질 수 없어 불편했고,
그가 원하는 대로 가까이 할 수 없어 불편했고,
선뜻 가질 수 없는 여자라서 불편했다.

그의 이런 감정이 깊어갈 수록 벙어리 냉가슴 앓는 게 무슨 뜻인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창피해서 누구한테 하소연할 수가 있나,
이건 굶주린 늑대처럼 괴로워 죽을 지경인데도 혼자서만 앓아야 할 문제였다.


“너무 화가 났으니까.
당신이 내 말은 안 듣고 미리 죄인으로 단정하고 몰아세우니까 겁도 나고 그래서 그랬어요.
내가 그랬잖아요. 어떤 상황이더라도 날 믿어 달라고.
믿겠다고 해 놓고 아무 것도 믿지 않았으니까.
믿음이 없는 관계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그랬어요.”
정수는 하고 싶은 말을 속사포처럼 내뱉었다.

“그런 억지 같은 소리가 어디 있어!
완전 자기 멋대로 생각하고 해석하고 결론 내리는 건 너야.
내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 안 되면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봐.
내가 만약 다른 여자하고 늘 같이 지내면서 우린 아무 일도 없다, 동료일 뿐이다,
그러면서 어느 날 거의 벗은 거나 다름없이 여자와 호텔방에서 발견되면 믿겠어? 믿겠냐고!”
독견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정수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난 남녀 사이에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게 믿음이라고 생각해요.”

남녀의 믿음이라는 기준은 어디에서 존재하는 것인가?
서로 다른 남녀의 시각, 어디서 꼬인 인연의 실타래를 풀어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