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후
미치겠다.
분명히 이건 그녀가 뿌려놓은 저주의 힘이야!
민선영과 하룻밤을 지낸 이후 준후의 남성의 시름시름 앓기라도 하는 것처럼 예전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꼭 지금 하는 행동이 조선시대 정절을 지켜야 하는 과부와 다를 게 없었다.

민선영
끈질기게 눈을 맞춰오는 그의 눈동자 때문에 선영은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더욱 강렬한 남자의 체취를 발하는 그의 향기…….
붉게 충혈 된 그의 애잔한 눈빛에 선영은 덜컥 겁이 났다.
빠져 들고 있었다.
이미 빠져 들었을 지도 몰랐다.
그가 파 놓은 함정에, 달콤한 밀어에…….
남자는 하반신으로 생각하는 생물이라는 말씀에 한 가지 더 추가해야 할 듯싶었다.
민선영도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민은아

출간작
「8살 차이의 약혼자」
「내 여자 유혹하는 법」
「나일강의 연가」
「속도위반」
「두 번째 유혹」 외 다수

그녀가 보였다.
전체적인 실루엣이 참으로 아름다운 그녀.
긴 생머리를 나누어 두 갈래로 예쁘게 땋은 그녀.
다른 여학생들과 같이 교복을 입고 있는데도 어딘가 모르게 맵시가 났다.
비바람에 교복 치마가 젖을까 한 손으로는 팔랑팔랑거리는 치마를,
한 손으로는 노란 우산을 쥐고 운동장을 뛰고 있었다.


부드럽지만 강한 입술과 혀의 움직임은 섬세하고 꿀처럼 달았지만
도저히 끝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화려한 꽃 속에 완전히 밀착해서 꿀을 채집하는 벌처럼 그녀를 빨아들였다.
그의 키스는 치명적인 유혹… 그 자체였다.
탐욕스럽다 못해 온몸에 경련이 일었다.
긴긴 표류 끝에 미지의 육지에 내딛게 된 첫발자국처럼
운명을 바꾸어놓을지도 모를 만큼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