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는 맛? 그 말을 듣자마자 지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
안는다. 은주를 안는다.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그의 심장이 벌렁벌렁 뛰기 시작했다. 앞서 몸 풀기 위해 운동장을 세 바퀴나 돌았는데도 그때보다 더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이 마치 그보다 더한 운동을 한 것 같았다. 지혁은 이러한 자신의 몸의 변화 때문에 속으로 적잖이 당황했다. 그의 몸이 긴장으로 인해 단단히 굳어졌다.

“천하의 강지혁이한테도 약점이 다 있다니, 하하하.”
어린 시절의 첫사랑, 지금도 진행 중인 내 사랑.
그는 단 한 번도 그녀를 잊은 적이 없었다.

“그럼, 지혁이도 전학 가는 거예요?”
요 며칠 간 이상하다 여길 정도로 자신에게 쌀쌀맞은 그의 행동을 보고 어리둥절한 생각만이 가득했었는데, 이제야 그가 왜 자신에게 그랬는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곧 이사를 가게 됐으니 더는 나랑 아는 체 할 필요가 없다는 속 좁은 계산에서 온 행동이었으리라.
은주는 그런 것도 모르고 괜스레 그의 행동에 서운함을 느낀 자신이 한심하게 여겨져 창문을 닫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녀는 그에 대한 마음을 잊었다. 아니, 잊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십 수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흐르고 있는 그들의 마음.
과연 그들은 자신들의 마음에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임은주 (닉네임 : 비의노래)

1977년생.
A형에 물고기자리.
친구들과 수다 떨고, 늦잠 자는 걸 즐겨하는지라, 약간은 게으른 몽상가.
글 쓰는 걸 좋아하고 보는 것도 좋아함.
그러나 로설로 인한 높아진 눈 때문에 노처녀로 혼자 늙어가고 있음.

종이책 출간작 : 뉴욕 러브스토리, 마인 어게인, 귀여운 도둑 엘리, 가시버시, 너의 의미.
이북 출간작 : 적애, 달에서의 하루, 마리 공주 이야기

현재 단미그린비에서 ‘로맨스를 쓰는 여자’ 연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