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과 운명이 만나다.

제왕을 지키는 ‘제국의 불꽃’의 운명을 타고난 한 남자와 그를 위해 태어난 한 여자. 피에 물든 과거를 어둠에 묻고 운명을 거스르려는 음모의 소용돌이 속에서 두 운명, 유하와 소령이 조우한다. 그와 동시에 그들을 둘러싼 얽히고설킨 운명들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고, 운명이 주는 것과는 또다른 낯선 설렘이 그들 사이에 피어오르는데…….

“이 곳을 벗어나 더 먼 곳으로 가면 사람이 오르기에 힘이 벅찰 정도로 높은 산이 있다. 그 곳은 제일 먼저 해가 뜨고 하늘의 별이 손으로 만져질 만큼 하늘과 가까운 곳이지. 나와 함께 그 곳에서 영원히 같이 살자 하면…… 같이 가겠나?”

차갑게 식어 버린 심장을, 운명을 깨우다.

자신의 운명을 깨닫고 길을 떠난 한 영혼과 운명을 깨우기를 거부하며 방황하는 한 영혼. 파도가 밀려왔다 빠져 나가듯 자연스럽게 운명은 두 영혼, 유하와 소령을 서로에게로 이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서로의 곁에서 영원을 꿈꾼 것도 잠시, 아직 온전히 온기를 되찾지 못한 심장에 진심은 스며들지 못하고 두 사람은 또다시 엇갈리고 마는데…….

“운명이건 뭐건,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내 마음이 그를 사랑해 버린 거라고. 그러니까 그 사람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건 운명의 몫이 아니라 그 사람을 사랑하는 내 마음일 거야.”

진휘

지금도 장래 희망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꿈꾸는 서른셋.
생각하고 끼적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B형.
사랑스러운 딸과 이제 막 태어난 아들까지 있지만 여전히 주부로는 F학점.

공동 팬 카페: http://cafe.daum.net/cuttylayoung

▶신영미디어에서 출간한 작품
이상한 여자와 뻔뻔한 남자/환상 속에 그대가 있다

<1권 맛보기>

“뭐 하는 거예요, 지금?”

화들짝 놀란 소령이 발을 거두려고 하자 유하는 그녀의 발목을 단단히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발목을 감싼 허리끈을 매듭지었다.
“이름은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되면 그 때 말해 주지.”

“누가 또 만나 주기나 한대요?”
볼을 한껏 부풀리고 입을 삐죽거리는 소령의 모습에 유하가 처음으로 소리를 내어 웃었다.
“어머, 왜 웃으세요?”

새치름한 눈을 하고 유하를 쳐다보는 소령의 얼굴이 마치 잔뜩 골이 난 아이처럼 재미있고 귀여워 유하는 저도 모르게 그녀의 모습을 가슴에 담고 말았다.
“그런 생각 안 드나?”

“그런 생각이라니, 밑도 끝도 없이 무슨 소리예요?”
“우리가 다시 만날 것 같다는 생각 말이야.”

“어머, 어머. 진짜 별꼴이다.”
유하의 말에 펄쩍 뛰긴 했지만 사실은 소령의 마음 속 깊은 곳에도 그와 같은 생각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2권 맛보기>

“그만 가 봐야겠어. 그대도 그만 쉬지.”

“저, 저기!”
막 방을 나가려는 유하의 옷자락 끝을 소령이 붙잡았다.
“무섭단 말이에요. 아무도 없는데!”

“내가 아는 그대는 호랑이라도 겁내지 않고 잡을 정도의 여장부가 아니던가? 그런 장부의 입에서 무섭다는 말이 나오다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나?”

“…….”

“그러지 말고 좀 더 그럴 듯한 이유를 대 보지 그래?”

“그러니까 내 말은, 바깥은 이미 캄캄하고 또 눈길이 미끄러울 테고……. 음, 그리고 바람도 엄청 세게 불잖아요. 게다가 겨울 밤길은 위험하다고요!”

“그게 전부인가? 그렇다면 난 여기 머물 이유가 없는 것 같군. 난 그대가 생각하는 것만큼 밤길이 무섭지 않거든. 날 붙잡으려거든 좀 더 솔직한 그대의 마음이 필요할 것 같은데.”

“저기, 저기, 그러니까…….”

“그러니까?”
유하는 어서 그 다음 말을 해 보라는 듯 느리지만 강렬하게 소령을 바라보며 눈빛으로 다음 말을 채근했다.

“가지 말아요. 함께…… 있어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