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궁이란, 법도(法度)가 인정(人情) 위에 있느니라.”

역사 상, 후대에 가장 극단적으로 양분된 평을 받고 있는 태위제국 2대 황제 광종. 그의 심장을 움직인 단 한 명의 여인 소하령. 그들의 어긋난 인연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

‘제발 가세요.’
그러나 그는 그녀의 애달픈 간청과는 반대로 앞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한 걸음 한 걸음 그가 다가올 때마다, 은월은 주춤 뒤로 물러났다. 타닥-. 돌 부스러기가 굴러 떨어지는 소리가 발아래에 울렸다. 더 이상 물러날 공간도 없다.
작달비가 된 비는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천길 높이로 느껴지는 벼랑 저 밑바닥에서부터 형성된 바람 줄기가 뒤엉켜 돌개바람으로 화해 치솟아 올랐다. 휘익, 휘이익 미친 회오리는 그녀의 가녀린 몸을 휘감아 들었다.
사방으로 정신없이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나부낀다. 그를 바라보는 짙은 남빛을 담은 심해안이 처연함을 띤다.

‘어찌하다…… 나 같은 여인을 마음에 담으셨습니까? 어찌하다……．’

김수진

나이를 꼴깍 꼴깍 먹어가도 여전히 현실 감각 부족한 공상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을 좋아할 뿐이고 해서, 딱히 장르란 것은 생각지도 않은 채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끼적이는 편.

개인 홈피에만 글을 올려두다가, 2007년 겨울부터 로망띠끄에 루화옥엽을 처음 연재해 봄.
현재, 백접비무를 써 내리느라 열심히 자신과의 사투 중……인,
마음 같아선 거창한 이력을 줄줄이 나열하였으면 좋겠지만, 이렇다 할 프로필 내놓을 만한 것도 없는, 그런 생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