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볼 게 있어요. 아니, 하나만 물어볼게요. 사랑… 사랑 말이에요. 일생에 몇 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엔 또 무슨 수작이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해. 빙빙 돌리는 거 딱 질색이니까.”

듣지 않아도 남자의 대답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에게 있어 사랑은, 준무의 대답은, 말해주지 않는 내 남자의 정답은 분명히‘한 번’이었을 것이다.
이미 다른 사람을 가슴에 품고 있는 준무에게서 또 다른 사랑이 된다는 것은 애당초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마음이 약해지려 하고 있다.

단 한 번의 만남이었지만 잊을 수 없었던 사람이다.
다시 그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 절대 놓치지 않겠다 다짐했다.

“따지고 보면 그 사람 때문에 웃을 수 있게 됐어. 다시 만났을 때 사랑이 돼버린 사람…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남자였어.”

준무가 품었던 사랑의 주인공, 그러니까 그녀가 들었던 준무의 사랑은 한 사람으로 국한돼 있었다.
한 사람.
이 말이 주는 의미를 미처 풀지 못했다.
막연히 한 사람… 그래, 한 사람이었다. 이 한 사람이란 말에… 여자가 아닌 남자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줄 미처 몰랐었다.
그제야 그녀는 준무가 사랑한다던 사람이 여자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수 있었다.

‘꿈일 거야. 상대가 이 사람이라면… 난 끝까지 그를 이길 수조차 없게 되는 거잖아… 아닐 거야. 그래, 아닐 거야…….’

불륜이란 단어는 지독히도 그와 어울리지 않았다. 더구나 그 상대자가 여자가 아닌 남자라는 것에는 더욱. 차라리 죽어버린 연인을 기리는 고지식한 사내의 모습이 훨씬 준무와 잘 맞았다.

“먼 길을 돌아갈 힘이 없다면… 부딪혀 보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겠죠.”

공은주

필명 : B군
3월 26일 생. 덤덤한 A형
행복을 찾아 지금은 순항 중.
오기와 독기가 조금은 필요한 느긋한 반백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