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
명자꽃을 따 달라 하던
귀한 애기씨를 가슴에 품었습니다.
죽을 정도로 맞으면서도
잊을 수 없었던 그 귀한 애기씨…….

악마에게 영혼을 판 대신 얻는 돈과 지위로도
만날 수 없었던 그 애기씨가
지금 복수를 품은 채 제 앞에 섰습니다.

애기씨를, 아니 이 여자를
사랑해도 되겠습니까?
내 잔인함에 벌거벗은 눈물을 흘리는
저 여자를 말입니다.

문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로맨스에 빠져 사는 여자.
열심히 하는 곳에 언제나 길이 있다고 믿는 쓰쟁이이다.

http://cafe.daum.net/purpleross
“가슴을 적시는 그대 와 나” 에서 살다시피 한다. [파인힐, 날개를 펴다]를 준비 중이다.

출간작: <다시 찾은 연인>, <블랙로즈>, <마이레이디는 싸가지>, <내사랑 마이보스>
출간 예정작: <산적과 복숭아>, <퍼플로즈>, <서리꽃>

어릴 때 본 기억과 손끝으로 만져보았던 그 작고 깊은 선명한 상처가 지금 이 여자에게서 느껴졌다. 영민은 얼른 손을 떼고는 그녀의 허리를 바짝 끌어안은 채 깊게 바라보았다. 정말 너인가? 그 꼬마 아기씨가! 그 꼬마 희우가! 영민은 자신을 몰라보는지 표독하게 바라보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흠이 있군.”
“보일 일이 있으려나 모르겠군요!”

희우는 타나토스의 손길이 스쳐가자 그 깊은 흉터에서 열감을 느꼈다. 어릴 때의 기억이라 아프다거나 통증이 느껴지는 일은 드물었다. 그 꽃 이름이……. 가물가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나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감상에 젖을 시간이 아니었다. 더구나 한 팔로 허리를 껴안은 채 소리치는 남자의 포효에 그녀는 그의 위험성을 각인했다.

“다들 나가 있어!”

영민은 여자를 안은 채 소리쳤다. 희우일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인지 가슴이 터질 듯 폭주해서 여자에게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문이 닫히고 정적이 감돌 때까지도 영민은 여자를 노려보듯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도 가셨나.”
“그래서 마음이 바뀌셨나요?”
“아니. 넌 여전히 쓰레기라는 생각에는 변함없어.”
“상관없어요.”

희우는 비아냥거리며 시선을 떼지 않는 남자의 눈동자에서 태풍의 눈처럼 고요와 격정을 보고 있었다.

“돈이라면 내 발에 떨어진 담배 재라도 핥겠다고.”
“그래요.”
“얼마를 원하지?”
“당신이 가진 전부!”
“그 대가는?”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