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은, 너와 난 어떤 사이인거냐?”
“……네?”
“그저 육체만 나누는 사이지.”
비아냥거림, 그의 입매는 비열하게 치켜 올라가고 차갑도록 어두운 그늘은 더욱 선명해졌다.

“그렇담, 네가 먼저 다가와 봐. 네 스스로 날 유혹해보란 뜻이다.”
흐트러짐 없는 그의 표정에선 미세한 떨림조차 느껴지지 않았고, 쓰라린 심장은 감쪽같이 감춰져 있었다. 너무도 뜻밖의 말에 그녀는 모든 것이 정지한 듯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음을 달라는 말도 아닌데 뭘 망설이지? 너의 주저함을 기다려 줘야 하나?”
그의 뒤틀린 심장은 잔혹함을 보이며 냉정한 이성으로 그녀의 족쇄를 잡아 당겼다. 보은은 시선을 떨구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넌, 다른 자존심은 지킬 수 없어. 비참함 따윈 버려야 해. 마음만 지키면 돼. 그것이 네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이야.’

서율.

로맨스 소설은 행복을 키우는 즐거운 망상이다.
현재 로망띠끄에서 활동 중.
‘하데스의 사랑’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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