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신화를 바탕으로 한 천계의 사랑이야기.

사랑했던 여인의 배신으로 심장이 얼어버린 달의 신 월천자 은류.
그런 그의 심장을 해맑은 웃음으로 녹여버리는 어린아이가 있다.
밀어내려 해도 자꾸 시선이 가고 마음이 움직인다.

천신과 천정령의 사생아 월령.
열 살 어린아이의 몸으로 성장이 멈춰버린 그녀의 봉인을 푸는 자가 있다.
차가운 그가 무서우면서도 두근대는 심장이 멈추질 않는다.

월궁으로 도망간 아내 항아의 배신으로 상처받은 태양의 신 일천자 금류.
그리고 그의 상처받은 가슴을 치료해 주는 하백의 셋째 딸 위화.

그들의 인연이 월하노인의 붉은 실로 엮여있다.

김원경(WR)

쥐띠 아줌마.
미국 펜실베니아주 거주.
WR로 로망띠끄 그레이프 방에서 연재 활동 중.

*출간작.

늑대 시리즈 3권 / 송은교, 육체를 바꾸다. / 찰떡궁합 / 동화관야담 / 사랑해 심청아 / 바보옹주 금랑 / 남장여자

*출간예정작

백작과 야생녀 / 우리들만의 아일랜드 / 봉선화 연정

wonrotondo@hotmail.com

[맛보기]

피곤한 심신을 쉬기 위해 천월지를 방문한 은류는, 춤을 추듯 떠돌아다니며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반딧불무리를 발견했다.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이상한 것이 반딧불의 움직임 뿐 만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굳건하게 서있던 고목나무의 가지들이 무언가를 알리려는 듯 쉭쉭 소리를 내며 가지를 흔들고, 하얗고 노란 나비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무슨 일인지 그를 두려워하는 천정령들의 속삭임조차 끊이지 않았다.

필시 그가 모르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천월검으로 손을 가져간 은류는 반딧불 무리가 모여든 호수 같은 못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노란 달맞이꽃이 그가 움직이는 발걸음마다 방향을 틀어 더욱 활짝 피어났다.

천월지의 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던 은류는, 양팔을 벌린 채 달의 정기를 받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 긴 머리로 뒤태를 가린 여인의 주변이 온통 반딧불의 환한 빛으로 가득 찼다.

찰랑, 물결의 움직임을 들었는지 여인이 천천히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은류는 환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에 매혹되어 시선을 뗄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었다. 여신의 신비로움과 천정령의 아름다움을 섞어 놓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야릇한 분위기의 여인이었다.

‘여신이냐, 정령이냐.’
그런데 그를 바라보는 여인의 커다란 눈 속에 혼란스러움이 가득했다. 놀람과 호기심 또 두려움까지, 고스란히 속내를 드러내던 여인이 뒷걸음질을 치려했고 그는 재빨리 그녀의 팔을 잡아챘다.

“너는…… 누구냐.”
몸을 가렸던 긴 머리사이로 여인의 봉긋 솟아오른 가슴이 드러났다. 손에 잡힌 살결이 진주보다도 매끄럽고 꽃잎처럼 부드러워 조금만 힘을 가해도 금방 붉은 흔적을 남길 것 같았다.

“이곳은 월천자의 허락 없이는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란 것을 모르느냐?”
그의 다그침이 무서웠던지 여인의 커다란 눈이 그를 올려다보더니 자비를 호소하였다. 왠진 모르지만, 그 모습이 은류에겐 상당히 익숙하게 다가왔다.

“몸이……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았습니다.”
여인의 도톰한 입술이 조곤조곤 말을 내뱉자 그의 내부가 욕망으로 꿈틀거렸다.

“이곳이면 아프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아프다는 말이 그의 신경을 자극하였다.

“아직…… 아픈 것이냐?”
“온몸이 너무 아프옵니다.”

은류는 고개를 끄떡이며 대답하는 월령을 그대로 끌어안고는 물속으로 몸을 가라앉혔다. 물속에 잠긴 그는 그녀의 입안으로 공기와 함께 기를 불어 넣어주었다. 그러자 은류에게서 빛이 나오더니 월령의 몸을 감싸들고 거짓말처럼 통증을 없애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