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포기한 그 때, 우연히 나타난 첫 남자 송지훈.
마리의 세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열여덟 그해 겨울,
소녀는 자해하듯 소년의 동정과 미래, 그리고 전부를 훔쳐 달아났다.
세상에 대한 분노로, 마담 오드리에 대한 증오로.

11년 후.
소녀의 또 다른 이름은 무일푼 삼류 가수,
소년의 또 다른 이름은 비인기 물리 선생님.
잔인한 두 사람의 조우 앞에 마지막 자존심인 타락한 마음마저 들킨 마리는 다시금 지훈을 나락으로 이끌려 하는데…….

최은경

평범하디평범한 사람.
재미있는 사람. 그리고 잘 웃는 사람.
자판 치느라 지문이 벗겨진 사람.
밤이 낮같은 야행성이 강한 묘한 사람.
늘 기도하는 사람. 최은경 프리실라.

출간작
<내겐 너무 힘든 그녀>, <무휘의 비>, <다정다감>, <현주효영>, <3%의 사랑>, <포춘쿠키>, <섬라곡국 이야기>, <청실홍실>, <파란만장 미스 왕>, <애흔>, <디스코>, <마이 레이디>, <메모라이즈>, <여우보다 늑대>, <향몽>, <팔미에>, <화월(華月)>

현재 <리틀 닥터> 준비 중.

가까스로 시린 달 한 조각을 머금은 작은 창 안으로 붉은 네온 빛이 도둑처럼 스며들었다. 늙은 창녀의 주름진 입술에 발린 립스틱 같은 그 빛 속에 격투를 벌이고 있는 한 덩어리의 몸뚱이가 있었다. 아니, 하나로 엉킨 사뭇 다른 두 개의 몸뚱이였다.

“여자라서 좋아한 게 아냐. 너니까, 박마리라서, 박마리니까! 그래서 사랑한 거야. 다른 성(性), 다른 목소리, 다른 얼굴! 아니, 나무나 돌이라도 상관없어. 그게 너라면! 너이기만 하다면! 난 그런 너 그대로를 사랑해. 처음부터 한결같이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을 얻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가졌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어린 소년이 아닌 지훈에게
마리의 덫은 더러운 유혹일 뿐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소녀도 소년도 아닌 두 사람에게
신조차 용서할 수 없는 사랑은 태어나고.
그 사랑이 이제 세상에서 가장 아픈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절대로 두 번은 놓치지 않아. 내가 죽는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