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수의사 신세인.
꼴통 화보 인생 의사 한준호.

그들의 으르릉 멍멍 유쾌발랄 로맨스!

“신 선생, 연애 하고 싶지 않아?”
준호의 질문에 세인은 별 소리 다 듣겠다며 툴툴거렸다.

“아니 별로. 서로 밀고 당기고, 그딴 갑갑한 짓은 도저히 적성에 안 맞고,
그냥 올해 안에 하고 싶은 게 있긴 해.”
“그게 뭔데?”
준호가 궁금한 듯 턱을 앞으로 내밀며 물었다.

“후우 알다시피, 내가 지금 스물아홉! 이제 몇 달만 지나면 찬란한 20대는 영영 굿바이거든.
그 왜, 누군가 시집도 냈잖아. ‘서른, 잔치는 끝났다’
그런데 나는 그 잔치도 제대로 못 하고 그냥 보내는 게 아쉬워서. 정말 맘에 드는 남자를 만나서…….”

세인은 이미 혼자만의 세상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나른한 이마에서 희미한 빛이 났고,
살짝 벌어진 입술은 열에 달뜬 것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미…… 흐흐흐…….”

하지인

나의 즐거운 상상이 사람들에게 해피 바이러스가 되어 널리 퍼지기를 원하는 엉뚱 평범한 사람.
팍팍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가장 큰 낙은 사랑뿐이라고 믿는 소심한 낙천주의자.

생일자축 겸 세인의 소원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미!’
그것이 당장의 영순위 과제임은 말할 것도 없었다.


“쳇. 웃기시네. 죽긴 왜 죽어? 넌 아직 내 소원도 안 풀어 줬잖아.”
“으음. 내가 그걸로 완전한 죽음에 이르려고 착착 준비하고 있지.
그 날, 너하고 나는 황홀하게 같이 죽는 거지. 크크.”
세인은 준호의 말도 안 되는 비유를 듣고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

“한준호, 시끄럽고. 앞으로 각오해! 너 내가 누군지 알지?
이 와중에도 내일 모레가 너한테서 월세 나오는 날이라는 사실을
안 까먹고 있는 쇠심장이거든.
참고로 요번 달에는 쓰레기 수거비용이 올라서
지난달보다 5,000원 더 내는 거 잊지 말고.
이제 니네 집 완전 부자라는 거 내가 알았으니까
네 인생은 여기서 끝이야. 딱 걸렸어.
넌 넝쿨째 굴러 들어온 호박이고,
배고픈 내가 그걸 놓칠 거 같아? 흥! 어림도 없지.
내 인생 끝나는 그날까지 쪽쪽 빨아먹고 갉아먹고 우려먹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