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천외천’은 오래전부터 그 이름에 걸맞은 지위를 원했다. 그러니 당신네 ‘적룡’과 이 하늘을 둘로 나눠 가질 순 없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10살 때 딱 한 번 본 꼬맹이 얼굴은 잊히지가 않더군.”
당혹스런 표정으로 그의 말을 듣고 있던 나는 그의 마지막 말에 표정을 굳혔다.

“그런 말로 위하는 척 마. 당신이 내게 하려고 한 짓을 다 알아, 이젠.”
“뭘 안다고 자부하는 거지? 내가 어떻게 하려 했다면 벌써 넌 산목숨이 아니야.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고도 짐작이 안 가? 너를 바깥으로 빼돌린 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였다. 네가 믿든 믿지 않든…….”

대체 이제와, 이런 믿을 수 없는 소리를 퍼붓는 남자의 상태를 뭐라고 이해해야 할까? 모든 것이 진실이라 믿는다 해도, 또 모든 것이 거짓이라 여긴다 해도, 남자의 태도는 쉬이 이해될 것 같지 않았다. 분명한 건 이미 모든 걸 돌이키기엔 늦었다는 것이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아량은 모두 다 꺼냈다. 살고 싶으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거다. 옅지만 길게 남아있던 혈육의 정은 오늘로서 끝이다. 살고 싶으면 악착같이 버텨봐. 더 이상 사정 봐주지 않을 테니까.”

태생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적룡’의 막내, 차란.
어둠의 지배자로 태어났으나 철저한 어둠은 되지 못했던 그녀.
이제 그녀가 눈물을 거두고 자신의 이름을 찾으러 간다!

김가흔

대구, 4월생

어렵지 않은 글.
쉬워서 술술 읽히는 글.
작은 것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편안한 글.
그러면서도 가슴 벅차게 하는 글.
……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