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영과 지원이 원한 것은 아이스크림 한 통이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아이스크림 한 통을 놓고 유명 호텔의 지하 마트에서 밀고 당기는 게임을 벌이는 두 사람.

아이스크림 한 통에 첫 키스를 날리는 지원과, 그런 그녀에게 빠져드는 준영.

인생은 편하게 즐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철부지 준영과 치열한 삶을 사는 지원이, 타인에서 달콤하고 상큼한 연인으로 발전해 나가는 달콤새콤 쌉싸름한 이야기.

1976년생

필명/ 최제이
본명/ 나자혜

미美 컬럼비아 대학교 대학원 과정 재학 중
식품저널 미주 통신원
cafe.e-novelist.com/dichterj
dichterj@yahoo.com

바퀴벌레보다 더 무서운 것이 시간의 흐름이라고 믿는 여자.
일상이 지나치게 편하게 다가올 땐 무작정 떠나는 여자.

취미: 헌책방에서 어슬렁거리기, 와인 시음, 비디오 게임, 자전거 타기

좌우명: 행복은 선택이 아닌 나 자신에 대한 의무이다.

“누가 이딴 짓,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알아? 고리타분한 양복에 답답한 넥타이 매고 매일매일 기계처럼 시간 맞춰 출근하는 거, 누구는 좋아서 하는 줄 아냐고? 다 너 때문이야. 네 얼굴 볼 수 있다는 생각 하나로 아침에 일어나 집을 나온다고.”

지원은 알코올이 들어간 준영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들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한 번 터져버린 준영의 감정은 무너진 둑을 넘어 흐르는 봇물처럼 막을 수가 없었다.

“널 가까운데 두고 보고 싶어서 아부지한테 부탁까지 했단 말이야. 자존심 다 버리고 부탁했다고. 그래, 그런 것 알아주지 않아도 좋아. 그런데, 아…씨. 나 나쁜 놈 아니야. 그건 알아?”

준영은 가슴 속에서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불길을 표현할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고 거칠게 헝클어진 머리칼만 쓸어 올렸다. 그런 준영의 다그침이 너무나 애절하게 느껴져 지원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근데, 왜 내게 웃어주지 않는 건데? 다른 사람들한테는 늘 상냥하기 짝이 없는 요정 같이 굴면서, 왜 내 앞에선 차디차고 딱딱한 얼음이냐고? 이럴 거였으면 내 입술을 훔치질 말든가. 네 마음대로 훔쳤으면 책임을 지든가.”

어차피 인생이, 어쩌다보니 일어난 일들의 집합체라면 윤지원이란 여자도 특별할 게 없어야 했다. 하지만 준영은 도저히 지원을 향한 자신의 감정을 어쩌다보니라는 게으른 언어에 담고 싶지가 않았다. 그럴 수가 없었다.

“너 내가 경고했지? 내 앞에서 재잘거리지 말라고. 네가 그렇게 재잘거리면….”

준영은 가슴 속에서 솟구치는 불기둥을 잠재우지 못하고 지원의 목덜미를 홱 끌어당기고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는 것으로 키스하고 싶어진다는 말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