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이름이 뭐야?”

또래답지 않게 당당한 기백이 있는 하별의 물음에 천랑은 고개를 살며시 숙이며 대답한다.
“천랑이라고 합니다. 천랑성의 기운을 타고 나 지어진 이름이지요.”
“천랑성이라…… 겨울 밤 남쪽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 이름이지?
그 별의 기운을 타고 났다니 정말 밝고 예쁜 사람이구나?”

비향(悲香)

본명은 김진주.
1990.07.30 생이며 서울토박이인 서울처자다.

현재 <로망띠끄>와 네이버 카페 에서 조용히 활동 중이다.

성격 자체가 느긋하다가도 급한 편이며 만성 피로에 귀차니즘을 달고 다니지만 하나에 꽂히면 죽어라 그것만 파는 약간은 단순하고 무식한 면도 있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잘라 버리는 냉정함도 있는, 나가 노는 것보다 집을 더 좋아라 하는 은둔형 글쟁이다.

출간작:
[E-book] 세컨드, 첫사랑 돌고래

‘그래, 그는 오지 않을 거야. 내가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걸 알고 있으니까.’

“하늘의 공주 하별과 군웅신 왕빈공이 한 날 한 시에 세상 모든 만물에게 축복을 받으며 하나가 되는 날입니다. 삼라만상이시어, 부디 이 두 사람의 맺음이 영원히 풀리지 않는 맺음으로 보살펴 주소서.”
천지왕의 기도가 끝나고 빈과 하별은 준비된 혼례주를 나눠 마신다.
하별은 아무 감흥 없이 술을 한 번에 비워버렸고, 빈 또한 그런 하별을 보며 천천히 술을 넘긴다. 하별과 빈을 제외한 나머지 하객들은 모두 즐거운 얼굴들이었다. 정작 본인들은 행복해하지도, 즐거워하지도 않은 채 하객들의 축하 목소리를 들으며 신혼 방으로 들어갔다. 피곤한 기색의 하별에게 빈은 조용히 준비한 차를 내민다. 매화차였다, 천랑과 함께 늘 마시던. 하별은 찻잔에 손을 가져다 대며 조용했던 입을 연다.

“……매화차네.”
“응. 너 매화차에 담긴 뜻 알아?”
뜬금없는 빈의 말에 하별은 고개를 살며시 내저으며 천천히 찻잔을 입에 가져다 댄다. 빈은 그런 하별을 보며 조용히 자신의 차에도 매화차를 따라내며 입을 연다.
“매화차는 보통 연인들의 차라고 한대.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과 함께 할 때 마시는 차라고 하더라. 이렇게 평생 함께 하고 싶은 반려자와 함께 즐기는 차로 유명하지.”
빈의 말에 하별의 기울어졌던 찻잔이 멈칫거린다. 그리고 이윽고 손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는 그녀. 매화차가 연인들의 차라는 소리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하별의 이상한 태도에 빈은 왜 그러냐는 얼굴로 가까이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분명 자신의 말에 당황하는 눈치였다.

“왜 그래?”
“……자, 잠깐만……!”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신혼방을 박차고 나가버리는 하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빈은 그녀의 뒤를 쫓지만 벌써 하별은 말을 타고서 빈의 곁에서 멀어진다. 신혼 방 밖에는 피로연으로 남아있던 하객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갑자기 방문을 열고서 구석에 있던 말을 타고 밖으로 잽싸게 도망치듯이 나가버리는 하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리에 있던 천지왕, 총명부인 또한 놀란 얼굴로 어찌된 영문이냐면 빈을 쳐다보고 있었다.
“뭣들 하느냐! 어서 공주를 다시 모셔오지 않고!”
당황했던 대별왕도 다시 정신을 차리며 주위에 있는 신하들에게 명을 내린다. 그제야 당황하며 어찌해야 할지 몰라 하던 신하들이 말을 타고 하별의 뒤를 쫓는다.

“도대체……무슨 생각인 게야?”
잘 나가다가 이런 일이 생기니 천지왕 또한 머리가 아파오는지 이마를 짚고 눈을 질끈 감는다. 총명부인의 부축으로 간신히 자리에 서 있는 천지왕은 힐끔거리며 빈을 쳐다보았다. 빈은 하별이 박차고 나간 문 밖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은 눈치였다.
한편 하별은 말을 타고 빠르게 비밀화원에 도착했다. 분명 그는 이곳에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말에서 내려 굳게 닫힌 문을 열기 전에 심호흡을 길게 내쉬면서 문을 활짝 열었다.

“천……!”

휘이잉…….
하별의 목 언저리를 타고 시린 바람이 지나간다. 분명 자신이 문을 연 곳은 천랑과 함께 했던 비밀화원이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사색이 된 채 느릿느릿 화원 안으로 들어간다. 바스락, 발걸음을 옮기자마자 들리는 마른 잎의 마지막 절명의 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