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one-night stand한 문식과 잘 나가는 한류스타 정지현!
두 남자(?)에게 흔들리는 시은.
남자를 유혹하고자 어깨에 새긴 레드 전갈문신.
그녀는 도발적이고 도전적인 여인이 되어 사랑을 쟁취하려 나선다.

“그거 뭐지?”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전갈문신을 가리켰다.
“보이는 대로 문신이에요.”
그녀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예전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그는 기억을 떠올리듯 전갈문신을 뚫어지게 응시하면서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때는 없었어요. 도쿄에 갔을 때 새긴 문신이에요.”
“왜?”
‘더 이상 그 누구에게 끌려 다니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인다는 의미로 새긴 거예요.
사랑도 이젠 기다리는 사랑이 아니라 내가 쟁취하는 사랑.
그런데 왜 이렇게 쉽게 되지 않는 건지. 천성은 바뀌기 힘든 건가.
아니야, 해볼 테야.’

류 진

봄에는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여름은 바닷가 파라솔 밑에서 주스를 함께 마시고 싶어,
가을에는 낙엽이 떨어지는 길을 홀로 걷고 싶지 않아,
겨울에는 하얀 눈을 맞으며 목도리 키스를 하고 싶어,
연인을 만들고 싶다.

로맨스 소설을 쓴다는 건……
나에게 있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짜릿하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랑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쓰고 있는 글: 사랑의 매뉴얼

“네? 누구?”
그의 가는 눈썹이 꿈틀거리다가 제자리를 찾았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정지현을 닮았다는 구실로 혹시 그 스타가 자기라고 우기려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가 분명히 기억하는 건 그의 외모와 달리 촌스럽던 ‘문식’이라는 이름이었다.
“모른다니 할 말이 없군. 아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나중에 혹시…….”
“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그녀는 당혹스러운 기분이었다.
“됐어. 혹시 어젯밤 나하고 잤다고 해서 돈이 필요하다면 수표를 줄 수도 있는데.”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면서 입술이 파랗게 질려 몸이 경직되었다.
“내가 매춘부인가요? 못 들은 거로 할게요. 갈게요.”
그 순간 그녀는 이성을 잃어버려 발가벗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바닥에 흩어져 있는 그녀의 옷과 가방을 찾아 허둥지둥 바로 정면에 보이는 문을 열고 나갔다.
“잠깐 거긴…….”
오피스텔 복도였다. 시은은 그 순간 당황해서 다시 문을 열려고 했지만 이미 문은 자동적으로 잠긴 상태였고, 바로 옆쪽에 ‘비상구’라고 써진 글자를 발견한 순간 그대로 달음박질해서 그쪽으로 뛰어들었다. 그곳에서 속옷도 입지 않은 채 겉옷만 대충 입고는 가방을 어깨에 멨다. 그러고는 비상계단을 뜀박질하듯이 내려갔다. 허공을 짚고 내려가는 것처럼 다리에는 전혀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잊어버려야 해. 이런 나쁜 기억은 통째로 파내버리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 이건 꿈이야. 개꿈.”
하지만 그녀의 뇌리에는 그의 식스팩에 가까운 근육질의 몸매가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