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윤 씨를 만났을 때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또 죽었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이 살아온 것 같아 기쁘기도 했고요. 하지만 시윤 씨가 그 사람을 닮아서 좋아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냥 내 앞에 나타나 준 것만으로 충분히 난 기뻐요. 난 시윤 씨가 누구이든, 어떤 삶을 살아왔건 상관없어요.”

동주는 천천히 무릎을 꿇고 앉아 시윤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의 품에서 얼굴을 묻은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경희(Jio)지음 

이메일 : maril14@nate.com

출 간 작
「열애, 그 아름다운」
「무서운 남자와 사랑하기」
「A. J」
「열정」

출 간 예 정 작
「그 사랑에 미치다」

“기억을 잃기 전의 내가 진짜일까요? 아니면 지금의 내가 진짜일까요?”
많은 생각을 품고 있는 그녀의 질문에 동주는 막힘없이 대답했다.
“둘 다가 아닐까요? 지금의 시윤 씨도, 예전의 시윤 씨도 내겐 진짜예요.”
파도는 한 번도 똑같은 모습으로 바다에 등 떠밀려 다가오지 않아도 파도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시윤은 잃어버린 기억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그들은 함께였다. 지금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함께했던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잠시 잊힐 뿐, 단지 그뿐이었다.

사랑은 처절하다. 가슴에 피멍이 들고, 목이 메어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어도 잡은 그 손을 놓을 수 없었다. 너무나 간절해 외면할 수조차 없었다. 동주에게 사랑은 그런 것이었다.


<작가 후기>

제 글 중에서 가장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는 내여자. 글을 수정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열정적으로 쓰던 그때의 제가 떠올랐습니다. 지금 그때처럼 쓰라면 아마도 못 쓸 것 같아요. 작가가 쓴 글이 열편이라면 그 열편에서 느끼는 열정은 조금씩은 다를 테니까요.
모든 사람들에게 열병처럼 다가오는 첫사랑. 남자와 여자가 생리적인 구조가 다르듯, 첫사랑의 기억도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자의 첫사랑이란 어떤 의미인가?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생각이 이 글을 쓰게 만들었습니다. 아련한 기억. 평생 간직하고 싶은 시절이란 말로 첫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전 그것을 글로 쓰고 싶었습니다. 한 여자로 인해, 잊어도 무방한 작은 기억에 매달린 채 살아온 동주. 기억을 잃었으나 기억의 편린 속에서 동주를 기억해 내려는 시윤. 첫사랑은 아름답다는 말이 있지요. 저에게도 그렇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어떤가요?
-작가의 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