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지.

집에서의 강압적인 결혼을 피하기 위해서 용기를 내어 과감히 가출을 감행.
그것까지는 좋았다. 사지육신 멀쩡하니 어디 가서 이 한 몸 굶을쏘냐.
하지만……
가출 감행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차에 부딪칠 줄은 정말 몰랐다.
아무리 차를 운전한 당사자가 무지막지하게 잘생겼다고 해도 자신과는 상관없었다.
인물 뜯어 먹고 살 것도 아니고. 거기다 내 것이 되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웠으니까.
난 내 한 몸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면 되는 여자였다. 나는 나를 배불리 먹일 수 있는 능력 있는 남자면 되었다. 인물 낯짝이 아니라.


이아혁.

언제까지 저 동생 놈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지.
이번에는 너무 크게 터뜨렸다. 교통사고라니? 것도 이상한 여자 아이를 치다니.
하지만……
자꾸 저 조그마한 여자가 신경에 걸린다. 다른 여자와 달리 먹는 것에 저리 몸 사리지 않고 환장한 여자를 처음 보았다. 그래서 더 신기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었다. 동생과 같이 친하게 지내는 것도 눈에 거슬렸다. 여자들이란 자신에게는 그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였는데. 왜 자꾸 이 자그마한 여자는 마음 한쪽에 자리를 잡고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일까? 것도 점점 더 커지면서.

이 경 (어여쁜엄마)
 
지금 생각해도 로맨스를 알게 되어서 얼마나 좋은지.
머릿속의 상상되어진 사랑 이야기는 지금도 내가 본인처럼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이 외도가 지속적으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미씨 아줌마입니다.


출간작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출간예정작
「너를 사랑하고도」다인북스

“아혁아, 결심이 선 것이냐?”
“정말 책임져 주실 겁니까? 정말이죠? 무르기 없기입니다. 형님.”
“절대 무르는 일은 없을 거네.”
“형, 다시 한 번 생각해 봐. 저 강아지를 내 형수로? 오, 맙소사. 그럼 이게 어떻게 되나? 내 윗사람으로 강아지를 모셔야 한다는 것인가? 아니 그건 절대로 안 돼.”
머리를 쥐어뜯으며 결사반대를 외치는 준혁의 뒤통수를 냅다 한 대 때리는 아혁이었다.
“으악. 형.”
“호호호, 준혁이 이제 어쩌나? 형은 앞으로 네 형수 될 사람 뒤처리를 해야 할 것 같으니. 네 차례까지 오겠니?”
“할머니!”
울상을 지으며 기가 막힌다는 듯 준혁이 애꿎은 하준만 노려보고 있었다.
“야! 너 때문에 이게…….”
“이준혁, 한 대 더 맞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있어.”
“킥킥킥 선배, 미안합니다.”
완전 강하지에 대한 책임감에서 탈출한 하준은 희희낙락거리며 실실 웃고 있었다. 어느새 밤이 깊어 파장 분위기가 되자 주변을 치우기 시작했다. 대리기사를 부르고 잠시 차 한 잔씩 마시는 와중에 하준이 양해를 구하고 하지가 잠들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새근거리며 잠든 하지를 한참을 들여다본 하준이 한숨을 쉬며 다시 밖으로 나왔다. 대리기사가 도착했다는 말에 다시 할머님께 인사를 드리고 차에 몸을 싣는 아혁과 준혁, 그리고 하준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하준이 아혁에게 심각한 어조로 말을 건넸다. 아까는 그저 하지를 책임져 주겠다는 말에 고마웠지만 할머니의 반대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생각이 갑자기 났다. 뭐라도 귀띔을 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형님. 하지 결혼까지 끌고 가려면 무지 고생해야 할 거에요. 어디로 튈지 모르니 잘 감시하셔야 할 거예요.”
“알고 있네.”
“하지 감정도 중요한데, 아까 하는 행동으로 보면 하지가 형님을 남자로 조금 인식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는 주변 남자를 모두 자기의 친구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이 뛰어난데 그것도 감당하실 수 있으세요?”
“걱정 말게. 자네 누이도 나한테 감정이 있는 것 같으니.”
아혁의 자신 있다는 말에 것도 남자로써의 감정이 하지에게 있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는 준혁이었다. 어울려도 자신이 더 많은 시간을 어울렸는데. 어느 틈에 이런 사이가 된 것일까? 이것 또한 준혁이 절대 알 수 없는 불가사리에 속했다.
“엑? 언제 거기까지 진행된 거야?”
느닷없는 준혁의 말에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는 두 남자였다.
“그래서 형은 안 돼.”
“그러니 강아지가 맘 놓고 너랑 놀지.”
“왜 나만 갖고 그래, 정말!”
이리저리 치이는 준혁의 앞길이 훤히 그려지는 상황이 지금 연출되어지고 있었다. 여태껏 혼자서 제멋대로 날뛰던 준혁이 앞으로 어떤 처지가 될지 확실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어느새 집 앞까지 다 왔는지 내릴 준비를 하는 하준에게 아혁이 단호하게 말했다.
“내일 시간 되는 대로 여기로 찾아오게. 아무 때나 상관없으니.”
아혁이 명함을 하준의 손에 건네주었다. 명함을 받아 든 하준이 그런 아혁에게 고개를 숙이고 차에서 내렸다. 믿음이 가득 차 있는 시선이었다.
“알겠습니다. 형님. 저는 형님만 믿겠습니다.”
그런 하준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 있었다.
“오히려 내가 고맙네. 나를 쉽게 받아주어서.”
“후후, 별말씀을요.”
차에서 내려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하준을 보고 출발하는 차에서 준혁이 아혁에게 물었다.
“형, 진짜로 강아지랑 결혼할 거야?”
아까의 장난스러운 모습을 버리고 진지 모드로 변한 준혁이를 쳐다보는 아혁이었다.
“그래. 혹시라도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지 못하게, 강하지 목에 줄을 매달아서라도 질질 끌려오게 만들 거다. 반항하지 못하게 내가 강하지를 잡을 것이다.”
“형!”
다시 차 안에는 침묵이 드리워져 각자의 생각에 빠져드는 두 형제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