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우리가 잃어버린 건 기억이 아니라 뜨거운 감정일까.


기억이 떼어내어 간 시간 속에는 목숨보다 소중히 여긴 사랑이 있다.
기억을 찾는다는 건, 다시 사랑을 찾는다는 것…….
그러나 감정은 더 이상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한다.
사랑했었던 누군가를 다시 사랑해야하는가, 사랑할 수 있는가,
사랑하여야 하는가.
신뢰할 수 없는 기억의 방황. ‘취급주의, 기억’


“당신 때문에 약혼녀와 파혼하기로 했어요.”
“……!”
“내가 나쁜 놈이라는 거 알아요. 날 아는 사람들도 그러고요. 하지만 이대로 당신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을 굳혔어요. 당신이 내 눈앞에서 지워지지 않아.”
“지금 장난하는 건가요? 날 가지고 시험하는 거예요?”
“몇 달 전 우연히 찾은 이 학교 도서관에서 다람쥐처럼 책꽂이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여자한테 반했어요. 그 여자가 자꾸만 너무나 보고 싶어서 여기 학생이 아니면서도 출입증까지 빌려서 그녀를 보러 갔어요. 야속하게도 그 여자는 내게 눈길도 안 주었죠.”
“……!”
“믿지 못하겠지만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고, 눈에 띄고 싶어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녀는 꿈을 꾸는 것 같은 현실을 이해 못하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길고 하얀 입김이 허공을 맴돌다가 사라졌다.
“오늘을 기억하세요, 꼭 1년 후 당신한테 청혼할 테니까.”
“에에?!”
정지훈, 그녀가 기억하는 그와의 첫 만남이었다.

유현옥

자아성찰이 없는 글은
끼적인 낙서에 불과하다.

출간작

쵸컬릿
바람만바람만
그대가 바라는 사랑
검(劍)의 환생
매혹의 팔란티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