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가신 그대…….

기억하나요, 우리들의 마지막 약속을.
섧게도 흩뿌리던 빗소리를 들으며,
지상에서 가장 아픈 약속을 했던 그 날을.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우연히라도 마주치지 말자고 했던가요.

당신을 떠나보낸 그곳에,
당신이 가고 없는 그 자리에,
희뿌연 시간들은 물처럼 흐르고 또 흐르는데,
고장 난 시계처럼 같은 자리를 선회합니다.
깨어날 줄 모르는 미몽(迷夢)에 갇힌 나의 사랑은…….


‘소망상자를 확인해 주세요!’

"어느 날 문득 악연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가 악연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니."
그에게 묻습니다.
"뭐가 악연인데요?"
"만날 수 없는 인연이야말로 악연이지."

긴 헤어짐의 끝에서 다시 만난 당신은 말합니다.
사랑은 선물과도 같은 것이라고.
이별이라는 의식으로도 당신을 잊은 적 없던,
오롯이 당신 한 사람만을 소망해 온 나는 화답하듯 고백합니다.

사랑은 기적과도 같은 것이라고.

서연

스스로 찾아와 주신 어떤 이의 약속과
거짓도 변함도 없는 그이의 사랑 안에서,
조금씩 조금씩 사랑을 배워 갑니다.

서툴게나마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진실한 그 사랑을 믿기 때문입니다.
나를 살게 하는.
당신을 살게 하는.
우리 모두를 살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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