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는 솔직하다.
서로에 대한 욕망은 억지로 꾸며낼 수 없다.
본능이 시키는 대로 감정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그것은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
그래서 현강우는 정하경을 수없이 안았다.

사랑은 불안정하다.
아무리 셀 수 없이 몸을 나누고 하나가 되어도
두 사람이 공유하는 것이 섹스뿐이라면
두 사람이 연인인지 섹스 파트너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정하경은 현강우와 헤어지기로 결심했다.

섹스, 사랑, 연애에 대한 각자의 정의.
사랑하기에 섹스하는 걸까?
섹스하고 싶기 때문에 사랑하는 걸까?

저자 ♡ 하라

언젠가 타임머신이 나올 거라는 믿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중생임.
현재 ‘하라(hara)’라는 동명으로
인터넷에서 「청연」을 연재 중.

출간작 「지중해」, 「검은 태양」, 「모르핀」, 「비상시 문 여는 방법」,「화火」

이 남자에게 나는 어떤 의미일까?
정하경, 스물아홉.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단점이라면 겁이 많고 소심하다는 것. 이런 나에게도 멋진 남자 친구가 있었으니, 188cm의 키에, 차가운 표정으로 매주 수요일 내가 일하는 서점을 방문하여 책을 사 가는 일명 ‘수요일의 남자’ 현강우. 그러나 어느 누구도 우리가 사귄다는 것을 모른다. 두 사람이 만나 하는 일은 섹스뿐, 다른 일을 해 본 적이 없으니까.
점점 시간이 갈수록 나는 궁금해진다. 그는 나를 사랑해서 안는 걸까? 아니면 안기 위해 필요한 존재일까?

여자들은 항상 왜 이럴까?
현강우, 서른셋. 헨리 코헨이라는 필명으로 스릴러 소설을 쓰고 있다. 섹스를 좋아한다. 두 사람이 몸을 나눌 때는 언제나 솔직하기에. 특히 정하경과의 섹스는 항상 만족스럽다. 그러던 어느 날 하경은 나에게 물었다.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왜 여자들은 쓸데없는 질문을 하는 거지? 사랑은 소설이나 영화에만 있는 환상일 뿐이다. 유치하게 그런 것 좀 묻지 말라고 소리쳤더니, 하경이 헤어지자고 했다.

하경은 도망치고, 강우는 쫓는다.
현강우는 답답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 섹스만큼 솔직한 건 없다. 억지로 꾸며 낼 수 없는 본능. 그렇기에 하경을 안고 싶은 만큼 안았다. 그런 하경이 스스로를 섹스 파트너라고 생각하다니. 아니, 자신을 아무 여자나 하고 자는 남자로 보다니 충격이었다.
여자가 부족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이대로 하경을 놓칠 수는 없다. 아직도 지글지글 열이 오른 불판처럼 그녀에 대한 욕망이 끓어오르니까.

사랑, 섹스, 연애에 대한 그 짧고도 먼 거리.
사랑은 환상, 섹스만이 진실이라는 남자,
섹스는 욕망, 사랑은 마음이라는 여자.
어떤 것이 정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