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끝에서 만난 남자. 더 이상 갈 곳이 없던 그녀에게 그는 한 줄기 구원이었다.
겨울과 비에 아픈 기억이 있는 남자 윤혁진은 냉정하고 차가운 남자.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그 모든 것에 버림받았다.

타고난 지성과 돈에 대한 감각으로 성공한 그는 돈에 관한 한 타협의 여지가 없으나, 겨울비의 혼란함을 타고 한 여자에게 아무 담보도 없이 돈을 빌려주게 된다.

그리고 두 달, 그의 예상대로 돈을 갚지 못한 여자를 그의 호텔로 데려오게 하는데….

정경하

인터넷 필명 미루나무.
꽃피는 3월 3일생.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에 며칠을 슬퍼하는 여자.
글 속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함.

2005년 <장난처럼>, <기억> 출간.
현재 개인 홈에서 <수박밭에서 만나다>, <꿈>을 연재 중.

홈페이지 : http://pwdroom.com

“가지 말아요. 가지…….”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녀의 애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은 닫혀 버렸다. 은유는 죄어 오는 가슴을 감싸며 서럽게 울었다.

“날 붙잡을 생각이었다면 최소한 뛰어오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때 주저앉은 그녀를 안아 올리며 혁진이 중얼거렸다. 분명 엘리베이터와 함께 사라진 남자가 다시 나타나자 은유는 놀라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새 발갛게 달아오른 은유를 바라보며 혁진은 그녀를 꼭 안아 주었다.

“날 만만한 남자로 보는 것은 당신뿐이야. 오로지 당신만이 날 달려오지도 않는 여자에게 발목 잡혀 주는 어리석은 남자로 알지.”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