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원해?”
“원한 적, 없어.”
“거짓말하지 말랬어.”
“당신이야말로.”

미요의 입술이 움직이는 매 순간 순간마다,
강의 피가 미쳐 날뛰었다.
날뛰는 피를 억누르려 강은 미요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강을 비스듬히 쏘아보며 미요가 속삭였다.
“거짓말하지…… 말아요.”
강은 미요의 입술로 입술을 내렸다.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였으므로
미요의 숨결이 생생히 느껴졌다.
숨결은 강에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당신이야.
나를 원하는 것도,
지금 내 입술을 갖고 싶어 어쩔 줄 모르는 것도.
강…… 당신.

김지운

매일 매일 숨을 쉬듯 쓰는 글이
내게 위로이며 치유이듯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그러하기를.
둥지 http://aini.ohpy.com



출 간 작
「푸른 속눈썹」
「오르골」
「햇빛 아래 그가 있다」
「계절사랑 시리즈(전5권)」
「연지」
「올 오아 낫씽」
「풀잎연가」
「이끌림」
「느낌」
「귀엣말」
「열대의 시간」

출 간 예 정 작
「포옹」
「눈사람」

기척이 없어 뒤를 돌아보니, 저만큼 뒤쳐진 채로 미요가 절뚝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미요로부터 볼멘소리가 날아들었다.
“보고만 있을 거예요?”
강은 미요에게 다가갔다. 강이 다가오도록 미요는 콧잔등을 잔뜩 찌푸리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또 뭐야?”
“미끄러졌어요.”
“그러게 내 조심하랬지.”
“그렇게 혼자서 척척 가버리니까, 열심히 따라가느라 그런 거잖아요.”
“엄살 피워봐야 나한텐 안 통해.”
“엄살 아니에요. 진짜 아프단 말이에요. 아파 죽겠어. 뼈가 부러졌을 거야.”
강은 피식 웃었다.
“남은 아파 죽겠다는데 웃음이 나와요?”
“내 탓이야?”
“그럼 아니에요?”
“억지 부리지 마.”
“키스하려고 했잖아.”
기습이다. 강은 입가의 웃음을 지웠다. 미요가 태연히 덧붙였다.
“요.”
강은 동굴 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거센 빗줄기가 시야를 뒤덮었다.
“억지 아니라구요. 당신이 키스하려고 해서, 그래서 내가 혼이 반쯤 나가서, 그래서 정신없이 걷다가 그런 거라고요.”
미요의 종알거림이 빗소리에 섞여 아련하게 퍼졌다. 강은 바닥에 앉았다.
“안 나가요?”
“비 오는 거 안 보여?”
“업어주기 싫으니까 괜히 비 핑계는.”
“앉아.”
“아픈데 어떻게 앉아요.”
강은 미요의 손을 확 잡아당겼다. 방심하고 있었던지 미요의 몸이 폴짝 강에게로 쓰러져 내렸다. 강의 가슴팍에 이마를 콩 찧고서, 미요가 매콤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똑바로 앉아.”
미요가 강에게 겹쳐진 몸을 추슬러 옆으로 내려앉았다. 강은 미요의 발목을 보았다. 다행히 많이 붓지는 않았다.
“비 그칠 때까지 여기 있어야 해요? 안 그치면? 하루 내내, 밤이 새도록,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한 달 내내 쏟아지면? 그럼 어떡해요?”
“입 닫아.”
“뭐, 그렇대도 난 상관없어요. 난 여기, 이 동굴이 좋으니까. 아늑해.”
따뜻한 곳도 아닌데 왠지 아늑하게 느껴지는 곳. 강의 느낌도 미요와 같았다.
“어깨 좀 줘요.”
“어깨는 왜.”
“기대려고.”
강이 쳐다보자 미요가 또 덧붙였다.
“요.”
강은 미요를 외면했다. 곧 어깨에 따스한 것이 내려앉았다. 그대로 두었다. 비가 오래도록 퍼부어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