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경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 걸로 알고 있는데……. 안타깝지만 오늘 밤은 다른 사내를 찾아보는 게 어떨까?”

그녀의 몸이 되돌아 선 것은 지극히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리엄은 파리한 불꽃을 터뜨리는 눈동자와 마주치는 순간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어찌되었든 ‘기사’작위까지 받은 자를 모욕한 것이다. 그것은 편법으로 받을 수 있는 명예가 아니었기에,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런 말을 듣는다는 것은 불공평했다.
린은 싸늘해진 얼굴로 그에게 뚜벅 다가섰다.

“지금 그 말은…… 나랑 자보고 싶다는 뜻이냐?”

그의 시선은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며 발치까지 내려갔다가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는 듯 시큰둥해져 그녀의 얼굴로 되돌아왔다. 품평하기 위해 가늘어진 눈동자는 여자를 돈 주고 사는 가축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오만한 사내의 그것이었다.
갑자기 그의 목덜미를 확 끌어당긴 린은 끌려온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쳐 눌렀다. 두툼한 입술을 가르며 쳐들어가 입속을 두세 번 휘저었다. 느닷없는 입맞춤에 리엄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다랗게 떠졌다. 곧바로 그를 밀어낸 그녀는 벌레라도 씹은 표정으로 마른 침을 뱉었다.

“하찮은 여자한테 입맞춤 당한 기분이 어떠냐?”

이파람


한여름에 태어나서도 더위를 엄청 타는 A형 사자자리
이메일 : gueen0@naver.com

출간작 : 『<남장백작』, 『결혼원정대』, 『랑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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