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당신에게 독이야. 천천히 스며들어 말라죽게 만드는 악질적인 독약.’

현재가 그녀를 가까이하면 할수록 그녀는 병들어 갔다.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둘 다 까마득한 밑바닥으로 추락할 뿐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다시 반복되는 그의 다짐.

‘난 그녀를 싫어하는 거야. 혐오하는 거야. 그녀를 보고 싶지 않은 거야.’

하지만 아무리 자기 암시를 걸어도
그녀의 앞에 선 배반자의 가슴은 멋대로 두근거리고 있었다.
마치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확신했던 바로 그때 그 시절처럼.

‘그는 어째서 바보같이 나를 위한 희생을 서슴지 않는 것일까?
대체 무슨 이유로?’

지원은 끊임없이 질문을 퍼붓지만 그 물음에 대한 답은 하나뿐이었다.
현재 본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알려 주는 대답.
그러나 그 자신은 절대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해 주지 않을 그 이유.

‘현재 씨, 날 좋아하는 거 맞죠? 날 사랑한다고 제발 한 번만 말해 줘요.’

그녀가 바라는 것은 아주 작고 평범한 것.
하지만 그는 마음속의 작은 빈틈조차 그녀에게 보여 주려 하지 않는다.
그녀의 애원은 공허하고 헛된 외침이 되어 이렇게 사라지고 마는 것일까.

최해심

12월 23일생, 염소자리.
먹는 것, 뒹굴거리는 것, 공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숨 쉬는 것 빼놓고는 모든 운동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만, 재미있는 책을 위해서라면 가끔씩 서점으로 달려가는 모험을 하기도 한다.
2002년 모크렌이란 닉네임으로 처음 인터넷 연재를 시작했으며, 따뜻하고 사람 냄새가 묻어나는 이야기를 쓰고자 노력 중이다.
‘변방의 바람’으로 제9회 신영 사이버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판타지 로맨스 ‘신녀’를 쓰고 있지만 언제 완성될지는 미지수.

▶ 신영미디어에서 출간한 작품
신기루의 성
변방의 바람
마이 스위트 가이
그 남자의 결혼식
키 작은 사랑


*이 작품은 “키 작은 사랑”과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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