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란,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가진 건 값싼 육체뿐이라고들 했다.
그리고
누구누구의 정부가 아니고선 살 수 없는 여자라며
손가락질했다.

최인열, 그가 명망 있는 기업 ‘대음’의 후계자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집안의 미운오리새끼인 것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양화란, 그녀가 절대적으로 원하는 것은 계약의 덫이 아닌 사랑의 존속이었고
최인열, 그가 절실하게 바라는 것은 음모로 얼룩진 계약이 아닌 사랑의 존재였음을
세상 누구도 알아주질 않았다.

김지영

출간작

종이책
<소유의 조건>, <흔들리는 영혼>, <강탈>, <달빛속의 미소>, <무지개속의 미소>외 다수

전자책
<그대 눈물 빛이 되어>, <두 번째 남자, 첫 번째 사랑>, <강탈>, <빛이 드는 그들의 사랑>, <바람속의 꽃잎>, <그대와의 거리>, <그대를 향한 마음>, <달빛속의 미소>, <무지개속의 미소>

▣ 본문 중에서

“그 미소의 의미는 뭐지?”
“나하고 거래해요.”
“거래? 내가 당신하고 할 만한 거래가 있나?”
“내가 그저 그렇게 몸뚱이로 사는 여자 같아요? 그렇게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에요. 이래봬도 나름 이름 있는 커리어 우먼이거든요.”
“커리어 우먼? 믿을 수 없는 말을 하는군.”
“믿는 것이 대음그룹이나 최인열 이사님 신상에 좋을 겁니다.”

급속도로 인열의 인상이 험상궂게 뭉개지고 있었다. 이 여자는 자신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대음그룹은 조금 전에 자신이 밖에서 사내들을 쫓아내기 위해 했던 말이니까 주워들었을 수도 있지만 직책이 이사라는 걸 어떻게 알았겠는가? 자신을 알고 있는 것이다. 눈이 가늘어지고 입매가 견고해진 그는 도로 자리에 앉았고 팔짱을 끼고 서 있던 그녀도 소파에 앉았다.

“날 알고 있었나?”
“그렇다면요?”
“어떻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죠. 지금 중요한 건 최인열 이사님이 저와 거래를 할 마음이 있는가 하는 거죠.”

* * *

“내가 싫어? 남자로서 매력이 없나?”
“설마요. 당신 멋져요. 야성미와 섹시함 모두 갖추고 있어요.”
“그런데?”
“그렇지만 나한테 득이 될 사람은 아니죠. 난 나한테 이익이 되고 남는 것이 있는 남자를 원해요. 솔직히 당신은 윤태혁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은 거지, 날 원하는 건 아니잖아요.”
“당신을 원한다면?”

풋. 그녀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그걸 아는 인열이었지만 노골적인 뉘앙스가 짙어지는 그녀의 표정과 어루만지는 손길에 검은 눈동자가 탁한 색을 띠기 시작했다.

“왜 웃지?”
“웃기잖아요. 당신이 뭐가 아쉬워서 나 같은 여자를 원하겠어요? 세상에 여자가 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요. 아마 가지고 노는 장난감으로도 날 원하지 않을걸요.”
“왜 그렇게 자신할까? 스스로가 매력적인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나? 처음에 당신을 보았을 때는 초췌한 모습에 이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일 거라고 생각지 못했어. 하지만 물기를 머금은 모습은 참 아름답더군.”
“지금 뭐하자는 거예요? 나하고 심리전을 펼치는 거예요?”
“거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