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서 다 그런 거였어. 좋아해서 널 귀찮게 하고,
좋아해서 널 배려하고, 좋아해서 널 걱정하고.
좋아해서 좋아하니까 네가 다 좋으니까.

“불안해.”
천호의 눈동자가 아른거렸다.
“불안해서 그랬어.”
‘미안해’가 아닌 ‘불안해’라니.
천호의 말이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전혀 납득하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하다. 불안해. 불안해서 그랬어. 그래. 이건 자신이 학교 뒷산에서 위험에 처한 천호를 봤을 때 맨 처음 느꼈던 마음이기도 했다.
“너는 진짜…… 뭐야. 불안하긴 뭐가 불안하다는 거야.”
율무의 목소리가 크게 흔들렸다. 크게 동요하고 있다.
강천호. 천호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자신의 라이벌이었다. 덧붙이자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이길 수 없는 라이벌이기도 했다. 공부에서도 그랬고, 운동에서도 그랬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장과 체격에선 완전히 녹다운이 된 채 떨어지고 말았다. 이건 다분히 남자와 여자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라면 모든 것에서 자신은 천호에게 이기려고 악착같이 아등바등 거린다는 것. 하지만 천호는 언제나 여유롭고 한가로운 모습이라는 거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 간 모습이 안 보인다고 했었다. 어느 날, 자신의 직장 상사로 검사가 되어 나타난 강천호. 율무에게는 우황청심환을 씹어 삼켜도 해결되지 않는 인생 최대의 서프라이즈였다.
그러니까…… 뭐가 되었든, 불안해야 하는 건 나 아니니? 넌 늘 그렇듯 태연하게 굴고.
“심장이 몇 번이나 바닥에 가라 앉아.”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천호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아득하다.
“널 보면…… 내 마음이 그래.”

전경은

좋아하는 것도 많고 싫어하는 것도 많은 까다로운 아가씨.
출간작: 콜라와 사이다, 인디안 썸머 등 다수

▣ 목차

프롤로그
제 1화 ★ 미션
제 2화 ★ 운수대통
제 3화 ★ 적색
제 4화 ★ 단둘의 장소
제 5화 ★ 2. 둘. 이(二). 투(two). 니(に)
제 6화 ★ 끈적끈적
제 7화 ★ MINT
제 8화 ★ 도끼
제 10화 ★ 선전포고
제 11화 ★ 정체
제 12화 ★ 작전명
제 13화 ★ Whatever!
제 14화 ★ 균등하게
제 15화 ★ FOR U
제 16화 ★ 율무야, 짖어봐!
제 17화 ★ 정체 part2제
제 18화 ★ THE
제 19화 ★ 이상형에 관한 짧은 고찰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