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잔에 소주를 따라 윤에게 내밀었다.
가만히 그녀가 내민 잔을 보던 윤이 소주를 한 입에 털어 넣었다.
한국의 소주는 일본주보다 독하고 화학의 맛이 난다.
여러 가지의 원소들이 서로 부딪혀 새로운 맛을 내는.

“이혼해…… 줄까?”

윤이 물었다. 비어진 잔에 따르던 술이 술잔을 지나 바닥으로 넘쳐흘렀다.
졸졸, 술을 흘리며 유신이 윤을 바라보았다.

“요시츠메 가문에 이혼은 없다면서?”
“요시츠메 가문이 아니라 어머니의 이름으로 묻는 거야. 최윤으로서.”

하지 마.
밀어내는 유신을 윤이 힘껏 끌어안았다.

“아직은 내 아내이니까.”


꿈속에서조차 유신을 갖지 못하는 그의 현실은 살아있는 지옥이다.

―우리의 끝은 어디일까?

상처 입은 유신의 목소리가 짧은 그의 잠을 괴롭혔다.
끝이란 우리에게 없어, 유신.

서야/
전주 거주.
한국로맨스작가협회원.
현재 ‘깨으른여자들’에서 활동 중.


출간작

11월의 나무
여름 숲
은행나무에 걸린 장자
열병
비타민
청혼
허브
거인의 정원
달에 걸다
에덴의 연인에게

목차

#프롤로그
#1. 오랜만에 유신의 꿈을 꾸었다
#2. 까만 어둠보다 더 필요한 건
#3. 아픈 건, 심장
#4. 레테의 강처럼
#5. 나를 버리려 하는 거야, 유신?
#6. 끝이 없는 영원
#7. 가장 두려운 건 익숙해져가는 것
#8. 장마가 시작되는 이곳의 여름은
#9. 이 지독한 불면증은
#10. 곧 그녀를 만난다
#11. 완전한 그녀의 것
#12. 함께 하는 시간
#13. 수면에 취하다
#남은 이야기
#작가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