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세 싸가지 강도율 씨,

양단이 무시해서 자존심 좀 채워지셨습니까?
순진한 여자 마음 뒤흔들어서 재미 좀 있으셨습니까?

다른 남자 만난다고 삐쳐서 무시하고 갔으면,
우리 인간적으로 순진한 여자 마음 두근거리게 하지 맙시다.

벽에 세워 놓고 코앞까지 얼굴 들이밀었으면
적어도 키스는 입술에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근데 강도율 이사장님,
미남이세요!

믿을 수 있고, 꼼꼼한
가구 디자이너(가 될) 양단이 올림.

『쿨 러브』, 『안녕 미스터 젠틀』의 작가 이정숙이 선사하는
새콤달콤한 사랑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이정숙
필명 : 릴케
『파초』,『불치병』,『쿨 러브』,『핫 스터프』,『투 러브』,『안녕 미스터 젠틀』등 출간
메일 : jejerame@hanmail.net

“정말 키스하고 싶어졌어요.”
순간 도율의 눈동자가 멈칫했다. 우위를 선점하고 있었다는 듯 여유롭게 빛나던 눈동자에 생각지 못한 대답을 들은 놀라움의 표시인 양 균열이 일었다. 당황한 모양이다, 자신의 황당한 말에.
하지만 먼저 갑작스러운 말을 들은 단이의 황당함에 비할까. 두근대는 열기 때문에 그녀도 스스로를 어쩔 수 없었다. 불꽃놀이 폭죽이 예뻐 보인다고 함부로 불을 붙였다간 그 불꽃에 튀어 그녀의 손도 다칠 수 있다. 그걸 이 남자는 모르는 걸까? 그렇다면 알려 주는 것도, 순진한 여자가 해야 할 일이겠지.
단이의 엷은 눈동자가 천천히 도율의 입술에 닿았다. 그래. 유혹된 게 사실이다. 탄력 있고 매끄러운 그 입술에 직접 닿아 보고 싶어졌다. 솔직한 느낌이었다.
“키스해 줄 거죠?”
도율의 등줄기로 서늘한 바람이 타고 내려갔다. 당황스러움. 아마 지금 그녀도 명백히 느끼고 있는 감정일 것이다. 혹은 자신이 놓은 덫에 스스로 걸린 기분.
단이의 젖은 머리카락에 흥분했다는 게 전부 농담은 아니었다. 묘하게 매혹된 건 분명 사실이었다. 하지만 흥미는 생겼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다행이다.’
차 안에서 그녀가 창밖을 바라보며 연하게 짓던 미소. 가로등 빛을 받아서인가, 고운 노란색 가루가 뺨에 떨어져 있어 더욱 놀라울 정도로 예뻐 보였다. 마음을 묘하게 흔드는 여자아이에게 짓궂게 장난치는 초등학생 남자애처럼, 그도 못된 장난을 벌였던 건지도.
호기심, 흥미, 호감……. 도대체 그가 그녀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의 실체가 무엇일까. 그도 궁금했다. 그래서 대답을 구하듯 그녀를 몰아세웠는지도 모르겠다.
공방의 고요한 분위기도 남녀의 자연스러운 접촉에 한몫을 했다. 그래서 보란 듯 놀리면 그녀가 파르르 반응하며 유효한 반격을 보내리라 도율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보낸 반격은 그로서는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방향이었다. 유효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유효한 것 이상으로 충격적이라 문제지.
허를 찔린 기분.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아는 척, 조숙한 여인을 흉내 내는 소녀처럼 그녀가 솔직하게 다가왔다. 순진한 것도 아니고, 영악한 것도 아닌, 그저 솔직 그 자체로…….
위험할 것 같다. 이런 식의 장난이 분위기를 탄 것이라고 해도, 잘못된 충동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지한 키스라든가, 심각한 인간관계라든가…….
그래, 그녀의 말이 맞았다.
‘그런데 그쪽 느낌이나 눈빛은 마치 처음부터 후회할 게 분명하다는 듯이…….’
그녀는 정확히 본 것이다. 진지한 인간관계 따위 처음부터 후회할 게 분명하다. 그러니 이제 이쯤 해서 제자리로 되돌려 놓아야겠지, 더 늦기 전에.
단이의 동그란 눈동자를 내려다보던 도율은 마치 원하는 것을 줄 사람처럼 몸을 살짝 굽혔다. 여전히 피하지 않는, 그러나 긴장으로 파르르 떨리는 단이의 입술에 닿기 직전 얼굴을 정지한 도율은 손등으로 그녀의 뺨을 살짝 문질렀다. 그리고 톡톡 아주 조심스럽게 두드린 후 낮게 입을 열었다.
“장난쳐 본 거야.”
단이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굳어 버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악역으로 인식되는 거야 늘 있는 일이니, 이 분위기를 무마시킬 수 있다면 어떤 시니컬한 행동이라도 할 수 있다.
“방어벽이 너무 쉽게 무너지는 걸 보니 장난치고 싶어졌거든. 경고 좀 해 줄 생각이었는데.”
아무리 몹쓸 인간이라 하더라도 이런 눈을 가진 여자에게 장난칠 순 없었다. 또한 실제로 키스하는 건 더더욱…….
단이의 굳은 얼굴에서 점점 핏기가 가셨다. 건드리면 쨍 하고 깨질 것 같은 얼음처럼 굳어 버린 단이의 눈동자를 흘끗 쳐다보며, 도율은 그녀의 뺨을 유유하게 지나 그녀의 귀 옆에서 정지했다.
“그렇게 순진하게 경계를 허물어뜨리다간 나 같은 놈한테 속는다.”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슴에 상처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그중 제일 큰 것은 사람에 배신당한 것이 아닐까?

여기, 부모님을 잃고 상처받은 남자가 있다. 어머님으로 인해 사랑이 쉽게 끝날 거라고 믿는다. 심지어 그의 곁에는 돈을 노리는 사람들밖에 없다. 그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은 모두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다.


목차

1. 이사장님, 미남이세요
2. 억울한 키스 수업
3. 호락호락하지 않은 입술
4. 알 수 없는 최수빈
5. 양과 늑대의 경계선
6. 당신과 나 사이의 거리
7. 심장을 간질이는 황금빛 나비
8. 가장 갖고 싶은 선물은……
9. 왈츠의 선율처럼
10. 마지막까지 당신을 버리지 않을 사람
11. 유 콜 잇 러브
Epilogue
We call it happy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