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여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이 사람을 의식이라도 하고 있었던 걸까? 그래 그렇겠지. 왠지 이 사람에게 기대고 싶었고 위로 받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그 정도로 하준이라는 남자는 근사해 보였으니까.
여우 자신이 다가가지도 못할 존재인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왠지 한번쯤은 기대고 싶었는데. 그래도 그 사람은 강해 보였다. 내 주변의 어떤 남자들 보다 더. 나 하나쯤은 거뜬히 감당할 수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미친 척하고 아예 돌아버릴 셈으로 그냥 시도라도 해볼 걸. 사람의 마음이 참으로 간사하다는 것을 느끼는 중이었다. 나 좋다고 그 사람까지 아프게 하려고 하다니.

강하준- 여태껏 살아오면서 여자라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자신이 도여우에게 이런 마음을 갖는 것이 생소하면서도 왠지 두근거려졌다.
‘나 자신에게도 이런 마음이 있다는 것에. 이리 사춘기 때도 겪어보지 않았던 것을 느끼다니. 혹시 연민일까? 이런 마음이? 아니다.
연민은 절대로 아니라고 단정 지어버렸다. 자신이 설마 사랑하는 마음과 연민에 대한 구분도 못하지는 않을 거라는 판단 하에. 그 마음을 인정하자 가슴속에서는 알 수 없는 따스한 기운이 뭉글뭉글 올라오고 있었다.

이경
필명 : 어여쁜 엄마

경기도 어느 곳에서 열심히 로맨스를 읽고 쓰며 생각하는.
글을 좋아하는 어여쁜 사람.

출 간 작
「앙큼한 순이의 남자 철이.」「강하지를 잡아라.」「주군의 신부.」

출 간 예 정 작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여기에 라면 말고 또 들어간 게 있나?”

“당연히 있죠. 매운 청량 고춧가루 약간. 후춧가루 약간. 거기다 덤으로 매운 청량고추 3개 쫑쫑이 썰어서 퐁당.”

여우의 자연스럽게 뱉어내는 레시피 목록에 있는 재료에 그저 갑자기 할 말이 없어져 버렸다. 누구 약 올리려고 그런 것 같았기에. 결론은 자기의 입맛에 맞추어서 끊였다는 말이지?

“아예 매운 맛 내는 종족들을 여기에다 쓸어 담으셨군.”

대수롭지 않게 말을 꺼내는 여우였다. 이 남자 먹는 것에도 정말 까칠하게 군다는 아니꼽다는 표정이었다.

“먹기 전에 내가 물어봤잖아요. 매운 것 괜찮으냐? 너무 맵지 않으면 된다고 했으면서. 여기에 청량고추 2개 더 썰어 넣고 싶은 것을 꾹 눌러 참았는데.”

기껏 생각해서 사정을 봐주었는데 이렇게 억울할 수가. 이럴 줄 알았으면 청량고추 2개를 더 집어넣었어야 했는데. 괜히 억울했다. 여우의 말에 또다시 열이 확 치밀었다.

“우와, 진정한 매운 맛을 지금 보여 주고 이건 지금 약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