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밉지?”
“그래, 너무 밉다.”
“미안해, 오빨 떠나서 미안하고 이렇게 늦게 돌아와서 미안해.”
“지영아.”
“하루만, 하루만 같이 있어줘. 그럼 다신 부탁하지 않을게. 응?”
“그렇게 돌아서면 뭐가 달라져? 하루? 그래, 더한 시간도 네게 줄 수 있다.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잖아, 안 그래? 저 많은 사람 앞에서 날 사랑한다는 말이라도 할 수 있어? 그래?”
“……못해. 그럴 수 없어.”
“그래서 널 돌려보내야 하는 거다.”
아……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내 마음만 아프다고 투덜거렸어, 내 마음만 알아달라고 바보처럼 매달렸어. 그럴 수도 없으면서…….
“내가 널 지켜줄 수 있을 때 돌아왔어야지, 인마.”
그 사실을 깨닫고 있는 그녀의 마음은 더욱 아플 수밖에 없었다. 이제 모든 걸 뒤로하고 자신만을 사랑하기엔 너무나 많은 걸 가진 남자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는 그녀의 마음은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그저 미안하단 말만을 내뱉는 지영을 바라보다 건우는 그의 커다란 가슴에 그녀를 끌어당겼다.
“그래, 그렇게 하자.”
“정말, 정말이야?”
지영은 건우의 낮은 음성을 들으면서도 믿을 수 없어 고개를 들어 건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지막이다, 우리에게 마지막.”
‘알아, 우리에게 마지막이란 거…… 그 하루의 추억이 나머지 삶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도록 그렇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싶어. 그리고 나면 난 오빠를 가슴에 묻을게. 더 이상 나의 연인이 아니란 것을 아니까, 더 이상 나 하나만을 바라볼 수 있는 남자가 아니란 것을 아니까.’
지영은 건우의 넓은 가슴에 안기며 처음으로 마음껏 위로받고 있었다. 그동안 받아온 고통스러운 마음과 아물지 못한 상처를 건우의 마음을 통해 위로받으며 지영은 이렇게라도 건우의 마음을 알게 돼서 다행이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그의 사랑이 아니지만 그의 따스한 손길이 자신의 머리를 매만져 주고 자신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어서 지영은 건우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고 있었다.
‘사랑은 그런 건가 봐. 이미 사랑은 떠나 버려도 지난 사랑이 아프면 절대 모른 척할 수 없는 것이 그게 사랑인가 봐. 그래서 고맙고 그래서 다행이야.’
아마도 다신 이런 순간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곧 그의 약혼식이 있을 테고 그의 곁엔 한지은 그녀가 있을 테니까 말이다.

엄숙영

필명 : jiyoung, 마요

가을을 사랑하고
여행을 사랑하고
로맨스를 사랑합니다.


출 간 작
「갖고 싶은 남자」
「눈물사랑」
「그대 가슴엔 내가 있다」


출 간 예 정 작
「너의 남자」
「나쁜 남자」
「내 가슴엔 항상 그대가 있다」

<목차>
프롤로그
1. 비밀
2. 상처
3. 기억
4. 악몽
5. 선택
6. 재회
7. 눈물
8. 진실
9. 고백
10. 체념
11. 이별
12. 그리움
13. 후회
14. 믿음
15. 사랑
작가 후기


오빠…….
내게 와줘서 고맙고 날 받아줘서 너무나 감사해.
그 어떤 말도 이런 내 마음을 표현해 주지 못할 거야.
오빠가 이 편지를 읽고 있을 때쯤엔 난 내 아이에게 행복한 노래와 이야기를 들려줄 거야. 그리고 자랑스러운 아빠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해줄 거야. 이제 더 이상 두려움은 잊고 말이야.
나 너무 많이 행복해. 그래서 난 또 한 번 이기적인 사람이 되기로 했어. 이 행복을 절대로 밀어내지 않을 테니까 오빠가 힘들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난 절대로 오빠의 곁을 떠나지 않을 테니까. 오빤 이제 날 떠날 수 없어. 내게도 아이에게도 오빠가 필요하거든.
이다음에 오빠가 이런 날 원망하는 순간이 온다 해도 절대 이제 오빠 곁을 떠나지 않아. 하지만 난 알아. 오빤 절대 날 원망하지도 우릴 떠나지도 않을 거란 사실을 말이야. 그 사실을 너무나 늦게 깨닫고 말았지만 그만큼 더 확신하며 그만큼 더 오빠만을 믿을 거야.
이런 내 마음은 오빠의 마음과도 같을 거란 것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