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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한 여자를 향한 욕망에 젖은 남자의 얼굴.
이 세상에 그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생명처럼
그녀만을 품고 따듯한 온기를 내보이는 검은 눈동자.
어쩌다 만난 인연이 정염이 되어
평생토록 벗어날 수 없는 올무가 되었다
신기한 것을 발견한 듯
그를 향해 무방비하게 열려 있는 그녀의 모습이 마치 귀여운 계집아이 같았다.
어린아이여서는 곤란하다.
그 모습 안에 잠자고 있을 성숙한 여인의 눈을 뜨게 만들고 싶다.
아무도 담지 않아
먼지조차 없던 그의 가슴에 바람이 불어온다.
단 한 명의 여인을 위한 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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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 자극하는 섬세한 필력의 작가 김경미의 무협 로맨스 『화잠』 재출간!
속세와의 모든 연을 끊기 위해 과거 자신이 한때 살았던 곳으로 떠나는 반선半仙과 그 여행길을 함께하면서 반선인 여자를 붙잡고 싶어 하는 대장군의 사랑 이야기.
선인仙人은 세상과 연을 끓은 자임에도
인연이 겹쳐 그물을 만들고 몸과 마음이 엮이는구나.
선근을 가지고 태어나 상청문을 넘어 등선을 하였으나 하늘에게 내쫓김을 당해 다시 지상으로 내려온 반선 유하. 그녀 앞에 나타난 충열대장군 유검우. 그는 그녀에게 황궁으로 가서 영령공주의 병을 고쳐야 한다 말한다.
차라리 그대를 산에서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그대의 평안은 깨어지지 않았을 텐데…….
좌군도독부 충열대장군 유검우는 유하와 함께 궁에 도착하는 순간 후회했다.
그럼에도 유하와 만나서, 그녀를 가슴에 담을 수 있어 행복했다. 그리고 자신이 그녀를 마음에 담은 것처럼 그녀의 가슴속에도 그가 자리하기를 소원한다.
그러나 점점 깊어지는 영령 공주의 병이 누군가의 저주에 의함이고, 그 저주의 중심에는 유하와 연결된 누군가가 있음을 알게 된다.
혈연은 오히려 쉬이 끊을 수 있을지 모르나
하늘이 맺은 연은 올무가 되어 평생토록 옭아맨다.
단발까까에서는 발행일기준 2개월內 로맨스, 일반소설,신간을 정가30%에 매입 합니다.
단발까까에서는 모든 장르의 책을 고가 매입합니다. 또한, 장편기준 15권이상 보내시면 택배비도 무료입니다.
김경미
2002년 『그린 핑거』로 데뷔했다. 같은 해 『카사블랑카』를 시작으로, 『야래향』, 『노란 우산』, 『청애』, 『눈 노을』, 『매의 검』, 『화잠』, 『웨딩돌 하우스』, 그리고 특수 요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휴가 시리즈 『위험한 휴가』, 『어긋난 휴가』와 『화잠』을 출간했다.
“그대에게도 한이 있소?”
유하의 입매가 옆으로 늘어졌다. 별다른 일이 아니라는 듯.
“이 세상에 한이 없는 인간이 있겠습니까? 선도를 수련한다는 소녀 역시 그 한을 떨쳐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미약한 인간일 뿐이지요.”
검우는 그 한이 황궁이나 관부와 연관이 있느냐고 물을 수가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 어렴풋이 느낀 황실에 대한 반감이 여행을 하는 동안 조금씩 뚜렷하게 잡혔기에. 지나가는 말투와 눈빛에서 읽었다. 황궁과 관료들에 대한 짙은 반감을. 그리고 자신의 짐작이 맞았음을 지금 이 자리에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 작은 가슴에 담고 있는 한이 무엇일까. 바람처럼 자유로워 보이는 이 여인을 옭아매고 있는 괴로움을 어찌 풀 수 있을까.
조금씩 훈기가 도는데도 그녀의 새파란 입술은 제 색을 찾지 못했다. 핏기 가신 하얀 얼굴, 잡고 있는 손바닥 아래로 찬바람에 얼어붙은 것처럼 서늘하고 딱딱한 몸이 전해졌다. 검우는 가만히 자신의 품 안으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정수리에 턱을 올리며 두 팔 가득 그녀를 품었다. 놀란 듯 품 안에 갇힌 그녀의 몸이 조금 전보다 더 굳었다. 등 뒤로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카락을 꽃잎 만지듯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자신의 체온이 그녀의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감싸길 바랐다. 흐트러진 숨결이 그의 가슴팍을 살랑살랑 간질였다. 팽팽하게 당겨진 가는 실처럼 바르르 떠는 숨결이 애처로우면서도 어여뻤다. 그 붉은 입술에서 두려움이 아닌 열정으로 짙어진 밭은 숨결이 흘러나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한입에 삼켜 흠뻑 들이마셨을 텐데……. 제 생각대로 한다면 겁을 집어먹은 그녀는 있는 대로 몸을 웅크리고 두 번 다시 그를 보는 척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 하리라. 그나마 당장 밀쳐 내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지 않은가.
“그대의 가슴에 품은 한을 조금씩 덜어 내고, 다른 것을 담아 보시오.”
동요를 감추려 애쓰는 눈동자가 그를 올려다보며 답을 구했다. 마치 길을 잃은 어린아이가 소맷자락을 붙잡으며 바른 길을 가르쳐 달라 매달리는 듯해 마음 한구석이 아렸다. 비록 체구가 작기는 하지만, 이미 성인인 여인이었다. 사내의 연심을 흔들어, 달콤한 샘 안으로 사내의 거센 욕망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데도 때로 계집아이처럼 보일 때가 있었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익히고 배우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당황하며 불안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굳은 바위처럼 단단하고 강물처럼 매이지 않은 듯하면서도 언뜻언뜻 물그림자처럼 드러나는 연약함에 눈을 빼앗겼다. 애써 속으로 담으려 하는 서러운 빛에 마음이 갔다. 마음이 가니, 몸도 따라가려 했다.
처음으로 여인이 욕심났다. 누구도 보지 못하도록 숨기고 싶고, 속울음 흘리지 말라 달래고 싶고, 작은 몸이 으스러져라 안고 싶었다. 자신에게 이런 난폭한 소유욕이 있었나, 스스로도 생경할 지경이었다.
“내 가슴에 그대가 자리하기 시작한 것처럼, 그대의 가슴에도 내가 담기길 바라오. 한으로 생채기가 난 그대의 마음을 내가 어루만질 수 있었으면 좋겠소.”
항시 철벽처럼 단단하던 검우의 눈빛이 유연하게 풀렸다. 오직 마음에, 단 하나뿐인 심장에 담은 그녀에게만 내보이는 눈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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