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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한강 어딘가에는, ‘생명의 다리’라는 별명을 가진 다리가 있다고 한다.
나는 아름다운 별명을 가진 그 다리에 가고 싶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를 만났다.
우연은 고등학생으로서 맞이하는 마지막 날 아침,
학교에 가는 대신 한강 다리에 가서
멋지게 번지점프를 하기로 결심한다.
마포대교의 하얀 난간 앞에서 눈물을 문지르다 고개를 든 우연은
자신과 똑같이 강을 내려다보던 남자를 발견하고 멍하니 입을 벌렸다.
……아름답다.
우아한 실루엣과 풍부한 양감을 가진 몸.
원초적일 만큼 뚜렷한 선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몸.
어느새 우연은 여기까지 왜 왔는지 깜박 잊고 그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원은 다리 위에서, 연습장을 펼치자마자 확신했다.
이 아이는 시류만 잘 타면, 그리고 제대로 된 후원자만 붙으면
대한민국 화단(畫壇)을 훌쩍 뛰어넘어,
한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로 이름을 남길 것이다.
“아저씨, 제가 나중에 아저씨한테 그림 그려 드린다고 약속했잖아요. 초상화.”
“그랬지.”
“그러면 당연히…… 모델도 해 주실 거죠? 제가 아무리
기억력 상상력이 좋아도 전부 다 상상으로 그릴 순 없으니까요.”
“그야 그렇지. 그럼 선물이란 게, 나중에 모델…… 해 달라는 거니?”
“누드모델…… 한…… 번만 해 주세요, 아저씨.”
[2권]
그는 이제 강렬한 햇빛 아래 선 이방인과도 같이,
인과도 논리도 없는 힘에 휩쓸렸다.
이 햇빛이 살인을 유발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치명적인 사랑도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이제는 우리 두 사람이 사랑해야 할 이유가 되었다.
사랑해야 할 이유로만 꽉 채워진 둘만의 시공에서,
나의 뫼르소가 아저씨의 뫼르소에게 말한다.
“아저씨. 사랑해요.”
……나는 숨기지 못할 것이다.
입을 틀어막아도 눈이 말을 할 것이고,
눈을 뽑아 버려도 온몸이 고함을 지를 것이다.
내가 혀를 물고 죽어 버린다 해도,
아저씨는 내 시체에서 흐른 핏자국에서 나의 사랑 고백을 듣게 되고야 말 것이다.
이원은 우연이 울 때마다 늘 미칠 것 같았다.
새까만 동자가 맑은 물에 흥건히 잠긴 모습만 보면
심장이 생으로 찢겨 나가는 기분이었다.
……사랑해, 우연아.
이원은 고개를 숙이고 고백을 삼켰다.
과거도 미래도 없이 오직 현재만 존재할 때,
인간의 감정은 가장 강력하고 난폭해진다.
가슴에 고인 고백이 마그마처럼 들끓기 시작했다.
사랑해, 우연아. 사랑해.
나는 너를 원해.
엠피디
머리, 풀고, 달리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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